재건축 규제완화·거래 활성화 물꼬 트이나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8.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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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정부 8·21 부동산 대책

부동산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가 단행됐다. 전체적인 안정 기조 유지를 위해 손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터라 시장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규제 완화의 주목적은 공급 확대다. 동시에 재건축은 MB정부가 출범 이후 그토록 강조해 왔던 도심 개발의 중심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는 나름의 스케줄을 짰다. 일시적으로 모든 규제를 풀어준 게 아니라, 단계별 규제 완화를 선택했다.



표면적으론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이지만 오래지 않은 시기(적어도 이 정권 내)에 상당수 규제의 빗장을 걷어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번 '8.21대책'에서의 재건축 규제 완화를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거래 활성화 물꼬 트이나


◆재건축 1단계 조치는

눈에 띄는 규제 완화 조치는 크게 4가지다. 우선 사업추진 기간 단축이다. 이를 위해 각종 중복 심의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시공사 선정 시기는 종전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 경우 전체적인 평균 사업기간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어 그동안 조합의 자금력 부족으로 사업 진행이 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에 탄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두번째, 안전진단 절차와 판정기간의 대폭 완화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동안 예비안전진단과 본안전진단 등 두 차례에 걸쳐 실시했던 안전진단 절차를 통합, 한 번의 심사로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안전진단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바꿀 방침이다. 과거 정부시절 평가 비중이 높았던 구조 안전성의 중요도를 낮추는 대신, 상대적으로 평가치가 떨어졌던 노후도에 대한 비중을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 경우 노후도에 비해 구조적 결함이 덜해 지금까지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웠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와 같은 강남권 주요단지들이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시설안전기술공단 분석결과 안전진단이 강화된 2006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시내에서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는 21곳인데 이 가운데 60% 가량이 유지·보수 판정을 받는 등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강남 3개구의 재건축 추진위 구성 단지 중 20년 이상 경과된 단지는 5만7807가구이며 이 가운데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단지는 1만1375가구에 달한다. 이들 20년 이상된 단지 중 안전진단 강화 조치 후 추진위원회 구성을 아예 포기한 단지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층고 제한 규제도 현행 최고 15층에서 평균 18층으로 대폭 완화했다. 재건축에 있어 특히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층고 규제는 사업성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판상형 아파트보다는 높은 층수의 탑상형의 건물이 들어서는 동시에, 보다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빽빽한 단지 구성을 하지 않아도 돼 보다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재건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재건축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에 대한 후분양 의무제를 폐지한 것도 각 조합이나 시공사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할 만한 조치다.

또 하나 조합원 지위(지분) 양도 금지 폐지도 빼놓을 수 없다.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긴 했지만, 그동안 재산권 침해소지 논란을 빚어왔던 만큼 이 조치에 대해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별로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 있는 수도권 28개단지 9000여 가구와 조합설립인가가 예정된 86개단지 7만3000여가구의 전매제한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규제완화·거래 활성화 물꼬 트이나
◆가격 상승·시장 활성화로 이어질까

표면적으론 규제의 장벽이 걷히면서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였던 재건축이 상승세로 반전될 법하다. 집주인들이 억눌려왔던 울분을 호가 인상으로 표현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아직 냉정하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이는 등 단기 상승을 탈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재건축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이번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규제가 산적해 있다. 중소형 건축 의무비율, 임대주택공급 의무제, 개발부담금제 등 각종 개발이익환수 관련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분위기와 함께 여전히 매수세를 누르고 있는 대출 규제도 시장을 화끈하게 돌려세우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실제 이번 규제 완화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폐지돼 자유롭게 지분 거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의 경우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은 현재 사용가치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 개발가치에 대한 투자"라며 "규제 완화를 하면 미래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시세가 상향 조정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규제가 남은 상태에서 이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만큼 이번 1단계 완화 조치에 이어 2, 3단계 추가 완화가 단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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