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잠실 파크리오' 왜?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09.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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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옛 잠실시영 재건축 입주 앞두고 '잡음'

8월 말로 예정된 잠실 파크리오(옛 잠실 시영아파트)의 입주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산재해있는 난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부지의 0.2%도 안되는 면적의 부지 매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2001년 이후 부지 소유자인 교회측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코니 확장 등 준공 후 가능한 공사에 대한 시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6864가구가 입주하는 잠실 파크리오 단지 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이 단지 대의원회의가 있었다. 교문 한 켠에는 조합장 및 대다수의 대의원과 뜻이 다른 조합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조합원 반대편으로는 ‘7000세대 입주기간 45일 웬말이냐’고 적힌 현수막과 피켓이 주인 없는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 자조지종을 들어봤다.
말 많고 탈 많은 '잠실 파크리오' 왜?


자신들을 파크리오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대의원회의에 참관하고 싶은데 입구에 용역회사 사람들이 버티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은 강동중앙침례교회 측이 요구한 토지 대금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하는 날이기 때문에 참관이 꼭 필요하지만 조합장 측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이 무서워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랬다. 전 조합장이 전체 부지 가운데 0.17%에 해당하는 교회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해놓고 비리 혐의로 구속되고, 다음 조합장인 고상순 씨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당초 교회의 요구금액보다 크게 부풀려졌다는 것.



또 45일 내로 정해진 입주기간은 타 사업장에 비해 너무 짧기 때문에 적어도 90일 이상으로 늘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암사동 시영아파트는 재건축단지가 3200여 가구에 불과한데 입주기간이 60일인 것을 감안하면 입주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인테리어 업체 선정에 있어서 단독으로 한 업체를 선정해 특권을 줬다고도 했다. 심지어 외부에서 인테리어를 맡기는 경우 공동으로 시공하는 업체보다 가격이 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자금운영계획변경과 특화아이템적용에 따른 평형별 부과금액에 대한 세부사항도 명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가구당 805만 원에서 1615만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대의원회의 장소를 찾았다가 시공사로 선정된 6개 건설사 현장소장 등의 취재 거부 등을 이유로 용역직원의 손에 끌려나왔다. 사전에 취재동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단으로 들어왔다는 이유에서였다.

◆ 단지내 교회 소유 토지 소송 과정은

송파구청에 문의한 결과 현재 교회부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준공허가를 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등기 등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입주가 가능하도록 사용승인은 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입주 예정자들은 교회 부지의 매입이 완료되고 준공허가가 나는 시점부터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조합장 및 대의원 측은 8월29일로 예정돼 있는 입주일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는 주장이다. 교회 토지 매입 문제는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며 입주일까지 매듭지어질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고상순 조합장은 “교회 소유의 토지는 교회 측이 원하는 데로 108억원에 조합에서 매입하는 것을 합의하기로 했으며 28일에 정관변경을 통해 양도변경만 하면 준공허가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 입주기간 연장되나

파크리오 입주안내문에 따르면 입주기간은 8월29일부터 10월12일까지 45일간이며 이 기간까지 입주자들은 이주비, 중도금, 잔금 등을 상환·납부해야 한다.

입주 종료시점인 10월12일 이후에는 잔금 지급에 대해 연 10.52~15.52%의 이자를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잔금 규모는 주택형별로 차이가 있으나 통상 1억원 미만 이 남아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비대위 측 조합원은 8월 초 시공 주간사인 현대건설을 비롯, 삼성물산, 대림산업, 두산건설, 쌍용건설, 코오롱건설 등 6개 건설사를 찾아다니며 입주기간 연장을 요구해왔다.

시공사들은 일부 조합원들의 입주기한 연장 요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관리처분총회에서 도급계약을 통해 이미 40일로 못박은 상태에서 5일을 연장해줬는데 또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결국 연장일자가 늘어날수록 시공사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상순 조합장은 “최종적으로 입주기간 60일 연장에 시공사와 합의했다”고 말해 최종 입주기간에 대한 진실은 29일 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조합장, 조합원 간 의견 대립

인테리어 업체에 대한 단독수주 논란은 의견이 팽팽하다. 조합원들은 샤시와 발코니 확장 등을 한 업체가 단독으로 입찰해 수주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비대위 측은 시공관련 등 재건축 과정을 잘 모르는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보낸 해당 업체에게 시공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고 이 회사에 시공을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조합장은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LG화학의 샤시를 선정하게 됐고 입찰을 통해 샤시업체를 선정했다”면서 “공동입찰을 통해 최저가 선정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어떠한 의혹도 없다”고 말했다.

또 비대위 측이 주장하는 자금운영계획변경증액부담금과 특화아이템적용증액비용 등 평형별 부과내역 세부항목 공개와 관련, 고 조합장은 “이미 지난해 12월29일 총회 책자를 통해 고시했다”며 “조경특화와 저층부 석공사, 소송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편 잠실 시영아파트 재건축단지는 지난 2006년 검찰이 재개발·재건축 비리 단속 합동수사본부를 운영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재건축조합장을 비롯 관련자가 수주 청탁 등의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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