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2 루블위기 오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8.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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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 이후 외화 이탈 심각

그루지야 사태 이후 러시아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최근 러시아 증시의 급격한 하락세와 외화 감소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 철수를 지목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8일 그루지야 사태 발발 이후 외국인 투자 자금이 1998년 루블화 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러시아에서 이탈하고 있다.

러시아 증시 RTS지수는 7일 이후에만 6.5% 빠졌다. 지난달 한달 동안 국채수익률은 150bp나 치솟았다.



외환보유액은 8~14일 일주일 동안 무려 164억달러가 감소했다. 1998년 러시아 외환위기 이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외화가 사라진 경우는 러시아가 파리클럽 채무를 조기상환했던 2006년 6월 루블화 위기 때 단 한차례뿐이다. 당시 일주일 동안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165억달러 줄어들었다.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개입 덕분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루블화가 심각한 약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자금이 철수하면서 러시아 기업들은 자금 확보 어려움은 배가됐다. 보다 높은 이자를 보장해도 회사채 발행이 실패하기 일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정치권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 유수의 기업 중 하나인 인테로의 블라디미르 포타닌 회장은 20일 러시아 경제지 베도미스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직접 장기 신용 부족에 대한 업계의 불만을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다음달 열리는,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과두재벌)들의 정상회담으로 불리는 러시아산업기업가연맹(RUIE)에서 이 같은 자금 고갈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여전히 상황의 정면 돌파를 자신하고 있는 눈치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빠져나간 것 이상의 자금 투입이 계획돼 있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쿠드린 장관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부 수정돼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도 "정부 정책을 움직일 만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는 말로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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