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도…수입·국산 SUV '희비교차'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08.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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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수입 SUV 판매량 회복 불구 국산차는 증가율 미미

사상 최고의 고유가 파동을 겪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하 SUV)과 수입 SUV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경유가격 상승세가 꺾인 분위기지만 국산 SUV는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입 SUV는 이전 판매량을 회복하며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

SUV 차량 대부분이 경유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경유가격 하락과 더불어 수입 SUV의 회복세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국산차의 침체는 수입차에 비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 (126,300원 ▲700 +0.56%)의 경유차 판매량은 6월 7187대에서 7월 9788대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 초 1만6000대의 판매에 비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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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판매불황은 전체 경유차 등록대수에도 영향을 끼쳤다. 7월말 현재 경유차 등록대수는 614만4000여 대로 6,7월 연속 두 달 감소해 경유가격 상승 파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전체 등록대수의 감소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고유가라는 직격탄을 맞은 쌍용차는 매출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다. 체어맨 시리즈를 제외하고 모두 SUV 차종인 쌍용차 (5,300원 ▼10 -0.19%)는 올 상반기 매출 1조3288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8.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23억원, 순손실은 698억원을 기록했으며 작년 동기 대비 내수와 수출이 각각 32.5%와 20.5% 줄면서 전체적으로는 26.0%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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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판매대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경영목표인 매출 3조5000억원과 영업이익률 5% 달성과는 거리가 있다.

◆ 수입차 판매량은 원상복구



수입차는 한때 고유가 여파로 판매량이 떨어지는 듯 하다가 경유 가격이 3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대로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경유차의 경우 1월 1016대의 판매량을 보이다가 4월 이후 감소해 6월에는 646대가 판매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7월에 1001대가 팔리면서 1월 판매량에 근접하며 큰 파고를 넘은 상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경유차의 선전에 힘입어 7월 수입차 판매대수는 사상 최대치인 6462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달 4360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2102대가 더 팔린 것이다. 증가율도 48.2%를 기록하며 최고의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7월 이후 경유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수입차의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면서 “수입 SUV는 고가와 저가시장을 구분해 공략하기 때문에 국산 SUV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폭스바겐코리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7월 신규등록 관련자료를 보면 폭스바겐코리아의 등록대수는 716대로 메르세데스-벤츠와 렉서스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콤팩트 SUV 티구안이 200대에 가까운 판매성적에 힘입어 국내 수입차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3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판매대수도 6월에 비해 두 배에 근접한 716대를 팔아 2위인 BMW(734대)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 중고차 시장, 수입차 우세 뚜렷

국산차의 부진과 수입차의 선전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개월동안 국산 SUV가 일제히 가격조정을 받은데 반해 수입 SUV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SK엔카의 경유차량 시세변동표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국산차 시세변화는 최고 300만원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뉴산타페 2008년형이 5월 2650만원에서 6월 2550만원으로 100만원 하락했으며, 기아차의 뉴스포티지 2008년형도 1860만원에서 1810만원으로 50만원 하락했다.

쌍용차의 렉스턴2 2008년형은 27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300만원 떨어지며 하락폭 최대차종으로 기록됐다.

임민경 SK엔카 홍보담당 대리는 “연식이 1년 지난 국산 SUV의 경우 예년에는 출고가격 대비 평균 10%의 가격 하락이 있었으나 지난달에는 30%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쌍용차의 경우 최고 출고가 대비 50% 수준의 매물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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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입 SUV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BMW의 X5 3.0의 경우 출고가격 8890만원인 2008년형 중고차의 시세가 7800만원, 2007년형은 7400만원으로 가격변동이 없다. 다만 휘발유가 원료인 혼다의 CR-V 4WD는 6월과 7월 사이에 일부 연식에서 100만원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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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수입차 관계자는 “근래 들어 국산차를 타다가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수요자의 문의가 50%가량 늘었다”면서 “가격이 낮고 연비가 좋은 일부 자동차는 인기가 좋아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세에 맞지 않는 싼 중고차는 하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를 대동하거나 꼼꼼하게 사전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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