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기다림의 고통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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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증시 현실에 1500선 지지 희망 꺾이나

코스피지수가 1500선 목전에 도달했다. 전날 미증시가 사흘만에 상승했으나 지난 이틀간의 낙폭에 비해 미미한 상승폭을 나타낸데다 아시아 증시가 또 다시 일제히 하락하면서 자체 동력이 전무한 코스피의 추락을 유도해냈다.

시총 3위로 올라선 한전 (21,950원 ▼250 -1.13%)의 상승세로 인해 전기가스업종이 0.18% 올랐고, 의무약정제 도입 호재로 SK텔레콤 (57,500원 ▼900 -1.54%), KT (41,800원 ▲100 +0.24%), LG텔레콤 (9,870원 ▼70 -0.70%) 등이 오르면서 통신업종이 0.91% 상승했을 뿐 여타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



특히 건설업종(-6.43%)의 낙폭이 가장 컸는데 이날 발표된 부동산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 GS건설 (19,160원 ▲80 +0.42%), 대우건설 (3,960원 ▼55 -1.37%), 현대산업 (11,370원 ▲550 +5.08%), 대림산업 (41,450원 ▼1,450 -3.38%) 등 건설업 주가가 대부분 급락하면서 건설업종 지수가 단숨에 2주전 레벨로 밀렸다.

조선업종은 지난 4일에 이어 또 한번 폭격을 맞고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이 7.7% 급락한 것을 필두로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현대미포조선 (105,900원 ▲2,500 +2.42%), 한진중공업 (2,675원 ▼105 -3.78%), STX조선 (0원 %) 등이 모두 떨어졌다.



증시가 침체되는 가운데 경쟁 격화 우려가 높아진 증권업종도 무사하지 못했다. KTB투자증권 (3,025원 ▲5 +0.17%) 하나만 유일하게 상승했을 뿐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SK증권 (531원 ▲2 +0.38%), 한화증권 (3,505원 ▲80 +2.34%), 동양종금증권 (2,950원 ▲10 +0.34%) 등이 일제히 밀렸다.

시총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이날도 1.25% 하락하며 6일 연속 떨어졌다. LG전자 (110,100원 ▲600 +0.55%)는 4% 넘게 급락했고 LG디스플레이 (11,500원 ▲410 +3.70%),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도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매수청구권 가격인 6만3293원 회복을 위해 자사주 매입까지 결의했던 국민은행 (0원 %)은 5만9500원으로 떨어지며 최근 5일간의 상승분을 하루에 토해냈다.


지수의 상승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업종별 대응도 힘에 부치는 상태다. 이젠 상승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개별종목에 대한 바톰업 접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500선이 붕괴되며 3년 최저치로 떨어진 코스닥지수처럼 코스피지수의 1500선 지지여력이 고갈된다면 소형 개별종목으로의 접근도 위험한 베팅이 될 수 있다.
증시 판도 자체가 궤멸 국면이라면 설사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종목이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하락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오르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일본 증시가 일제히 상승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고 있다.
어느 한 국가의 증시 상승만으로는 코스피지수의 상승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된 이상 글로벌 증시 전반적인 상황이 크게 개선돼야만 코스피지수 상승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시장 요구에 미정부가 응하기 전까지는 금융불안 이슈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양대 모기지업체의 국유화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유화 조치라는 비상카드를 당장 꺼내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시장의 불신과 미정부의 버티기라는 대립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또한 당장 구체화될 성질이 아니다. 자칫 과도한 설비투자를 가중시켜 향후 경기쳄체의 빌미를 제공할 지 모르기 때문에 주가 부양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54.9원에 마감되며 연중 최고 종가를 기록한 것은 증시는 물론 암담한 경제 전망에 대한 표상이다.
엔/달러 환율이 108엔대로 급락하는 등 미달러가 약세를 재개하는 점도 문제가 된다. 달러약세는 다시 국제 상품가격 상승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될 위험이 있으며 자본확충이 시급한 미국 금융기관에 등을 돌리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500선 지지에 희망을 품고 있다. 1500선이라는 레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쪽도 전저점인 1488선 전후까지 밀린 뒤 재차 상승하는 국면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여의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1500선이 지지될 이유를 찾지는 못하지만 1500선이 지지되고 주가가 어느정도나마 뜨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주가가 무너질 경우에 전개될 파장이 워낙 두렵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는 토로다.

기다림의 고통이 현실적인 고통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다림의 미학이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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