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민영의보 제도개선 장기 표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8.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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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장관 회의 기약 없어

-관련 부처 논의 중단 장기화
-국회 일정 등 감안할 때 연내 매듭 힘들 듯
-관계부처간 갈등도 고조

정부의 민영의료보험 개선 논의가 장기 표류하면서 연내 관련 규정 개정이 사실상 힘들게 됐다.

21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금융위원회 등 민영의보 관련 부처에 따르면 민영의보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보상한도를 낮추고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선안에 관한 실무협의가 수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민영의보 제도 개선을 놓고 세 부처가 논의를 벌여왔지만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맞물린 민영화 괴담 이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연내 매듭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민영의보 가입자의 의료 쇼핑이 건강보험 적자 심화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하고 민영의보의 본임부담금 보상한도를 70~8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본인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내는 돈이 있으면 의료 쇼핑이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었다. 현재는 실손형 민영의보의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 받은 뒤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100% 보장해주고 있다.

정부는 쇠고기 파동이 진정되고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취임하는 대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복지부가 주장해온 본인부담금 보상한도를 낮추는 내용으로 민영의보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안에 대해 다른 부처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다 민영의보 규제안이 알려지면서 보험업계가 전방위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도 논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 민영의보 가입자의 2년 평균 의료비 지출이 73만8000원으로 비가입자(76만8000원)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된 점도 정부의 민영의보 규제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민영의보 가입과 의료 쇼핑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민영의보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한 원인이라는 복지부 주장이 별 다른 근거를 갖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본인부담금 보상한도를 낮출 경우 본인부담금이 높은 질병에 결렸을 때 중산층·저소득층의 부담을 해소해줄만한 사회적 보완 장치가 없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본인부담금 보상한도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 업계에 지시하려는 발상 자체도 규제 완화를 트레이트마트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과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

손해보험업계 대표(CEO)들은 최근 긴급회동을 갖고 "각종 규제완화로 시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배치되는 민영의보 규제정책을 백지화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보험사고 발생 때 건보 가입자들의 질병정보를 금융위 차원에서 열람토록 하는 내용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복지부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민영의보 관련 부처간 갈등도 커져갔다.

이와 관련, 복지부 전 장관은 현재까지 추진해온 의료 관련 정책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까지 감안하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민영의보 개선안이 연내에 확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장관이 최종 합의하기 이전에 이해당사자인 보험업계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여야 하는 등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며 "국회 일정과 무관하게 업계의 의견 수렴 등 논의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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