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특사가 국민대통합과 경제 살리기의 차원에서 행해진 특단의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몇 달 전 무관용 원칙의 적용으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던 정부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것이어서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특사대상에 포함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내세웠던 명분들 또한 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의 사면복권이 과연 내세웠던 명분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그리고 그 효과를 실제로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야말로 특별사면은 특권층 인사들의 범법행위를 면책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었다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야기된 촛불시위가 불법·폭력시위로까지 변질되면서, 지금까지 촛불집회로 인한 피해액이 2조6000억원 이라는 엄청난 액수에 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공정한 법집행을 토대로 한 정부와 국민사이의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와 국민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선진부국이 되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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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경우가 이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무려 700년 동안이나 스웨덴, 러시아의 식민통치를 받다가 1917년에 독립한 북유럽의 소국인 핀란드는 법치를 바탕으로 지금은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넘는 국가로 발전하였다.
실로 놀라운 일이지만 이 나라는 이미 18세기부터 국가투명성을 토대로 부패방지와 법 질서 확립에 힘써 왔고, 이 때문에 국민과 정부사이의 신뢰는 물론 국민들 상호간의 신뢰도 또한 매우 높아 국가의 위기가 닥쳐도 다함께 힘을 모아 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법질서 확립을 통해 국가적 신뢰를 높이는 일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법치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해 나가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선진한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신적 인프라로서의 국민안전, 신뢰구축, 법치확립 등의 `사회적 자본의 확충`에 주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너무 이른 평가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의 대선공약을 비롯하여 법질서 확립과 공공부문개혁 등 많은 비전을 제시하였지만, 아직까지 어떤 것도 신뢰 할 만큼 진척을 본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운 꼴이 되었다. 모든 것이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공정한 법질서의 확립으로 사면권 남용도, 떼법정신도 없는 그야말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선진국으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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