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정책 오락가락… 궤도 수정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8.20 15:30
글자크기

도심개발 포기 수도권 택지개발로 공급 확대 나서

정부가 주택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공급 확대책으로 정해온 '도심 개발'을 당분간 포기하고 그 대신 '수도권 택지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20일 밝힌 인천 검단, 오산 세교2지구 등 신도시 확대 방침은 무엇보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 그만큼 당장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해야 할 공급 확대를 위해선 뾰족한 대체 수단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같은 신도시 개발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줄기차게 반대해 왔던 정책이란 점.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참여정부의 신도시 개발정책과 관련해 "집값 안정이나 수도권 인구 집중 방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검단 및 세교2지구 확대 개발 방침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 방향이 급선회하는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 후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급확대 방안을 완전히 뒤바꾼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 정책 방침인 도심 개발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신도시 개발보다는 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도심 개발을 통해 연간 주택공급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부 방침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우선 관련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정부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현재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재건축 규제 완화 내용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폐지 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당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기간 축소 방침도 사업진행 과정상의 곤란함과 각종 개발환수 등을 감안할 때 활성화 효과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부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셈이다.


결국 정부로선 마음에 들진 않지만, 고육지책으로 신도시 개발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 같은 신도시 개발이 정치권에서의 극한 대립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포석도 담겨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동조하고 있지 않지만,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선 지금까지 어떤 반응도 없었던 데다,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적을 것이란 믿음도 깔려있다. 더구나 이번에 발표한 검단과 세교지역 모두 신규 신도시가 아니라 확장하는 개념이어서 효과와 상관없이 반대할 명분이 그리 크지 않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현실'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안정과 함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선 택지개발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번 결정이 경기 침체와 공사 물량 축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에 신규 물량을 안겨주는 등의 경기 부양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