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살아있는 'KIKO' 폭탄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8.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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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이 기사는 08월20일(10:0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 외환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KIKO'.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KIKO 통화옵션을 만들어 판 은행들에게 '사기꾼'이라고 독설을 뱉어내기도 했다.

KIKO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강 장관의 '사기꾼' 발언을 등에 업고 은행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부 기업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자 KIKO 문제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금융권에 커다란 이슈로 부각됐다. 언론들도 KIKO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며 문제점을 짚어 나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급히 사태 파악에 나섰고 정부도 고환율 정책을 수정, 달러 매도 개입을 하면서까지 환율을 낮췄다. 그러나 KIKO를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었다고 결론내렸다.

어쨌든 환율이 내려가면서 KIKO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이었다. 작년말과 올해 초 중소기업들이 가입했던 KIKO의 만기는 대부분 1년 이상으로 아직 남아 있는 계약들이 많다. 그리고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지난 7월 초와 같이 KIKO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도 피해 기업들에게 '자선(?)'을 베풀 여력이 없어졌다.

지난 7월 초 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100억달러가 넘는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환율은 한때 9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환율이 더 오르면 피해를 입게 되는 KIKO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값싸진 달러를 재빨리 사서 남은 계약 해지에 나서기도 했다. 말 그대로 '탈출구'가 제공된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때와 달라졌다. 지속된 달러 매도 개입으로 정부의 외환보유액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격적으로 달러 매도 개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외 여건이 환율 하락을 유도하기 힘든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달러의 초강세는 원화만을 조율할 수 있는 외환당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그리고 전 세계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달러에 맞서 원화만 유독 강세로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억지로 원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겠지만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고서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하루에 50억달러를 쏟아 붓는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 KIKO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소름 끼치는 일이겠지만 다시 환율은 위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도 있다. 정부의 개입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지난 달 정부의 대규모 개입으로 인한 환율 급락을 틈 타 이미 계약 해지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KIKO '폭탄'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율이 지난 8일 연속 올랐다. 상승폭은 30원 이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KIKO가 아직도 '진행형'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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