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사면초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19 17:08
글자크기

1500선 붕괴 vs 1600선 회복의 마지막 산통

코스피지수가 장중 1528대까지 추락하며 지난달 21일 반등이 시작되기 이전 레벨로 주저앉았다.

전날 중국 증시가 5%대 급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한 이후 미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5%선 급락세를 보이는 등 한국 증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 양대 증시가 무너짐에 따라 자체 동력이 전무한 코스피 시장의 동반 추락은 당연지사였다.

매수주체, 주도주, 재료 등 3가지가 모두 없는 3무 장세에 외국인이 공격적인 현·선물 동시 순매도에 나서자 개장초 1시간여만에 40포인트를 내줬다.



전날 다우 30종목이 모두 하락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 코스피 증시에서 상승한 업종은 전무했다.
증권업종이 3% 넘게 떨어지며 이날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철강금속, 전기전자, 운수장비 업종이 2%대 낙폭을 나타냈다.

KT&G (88,000원 0.00%)가 시총 상위종목에서 유일하게 1%가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자사주 매입 재료가 있는 국민은행 (0원 %)이 가까스로 하락을 면했을 뿐이었다.



완성돼가던 삼각형 수렴패턴의 하단이 터지면서 또 다시 1500선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이날 외국인이 3718억원의 주식현물과 6693계약의 지수선물을 순매도하는 등 공격적인 매도공세를 펼친 것에 비추어 수급공백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코스피 증시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한결 높아졌다.

미결제약정 증가를 동반한 외국인의 선물 매매가 방향성에 베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틀간 1만계약이 넘는 매도는 지수 추가하락을 예고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비록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순매수가 14일 연속 이어지고 있지만 베이시스 악화 행진이 지속될 경우 7조2000억원에 달하는 매수차익잔고의 청산 매물까지 가세할 것이기 때문에 1500선이 재차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WTI)가 하락추세를 굳힌 마당에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게 된다면 결국 증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중국 증시에서 핫머니가 유출되고 있다거나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모두 서브프라임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파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

공적자금 투입은 말을 순화시킨 것일 뿐 파산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기지업체가 실제 파산에 이르면 그것으로 끝이 아닐 것이라는 게 더 문제다.

지난 13일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미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B3'에서 'Caa1'으로 한단계 하향했다. 무디스의 'Caa1'등급은 투자적격 최저 등급인 'Baa3' 보다 7단계나 낮은 수준이며 파산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무디스는 GM의 신용등급 전망도 추가하향 가능성을 의미하는 '부정적 관찰'대상을 부여했다.

미국의 자존심이자 제조업의 핵심인 GM이 파산하면 아마도 금융업종의 최고봉인 씨티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을 내리려고 덤벼들지 모른다.
이는 금융시장이나 증시는 물론 경제의 몰락을 예고한다.

미 재무부가 배런스의 보고서를 부인했지만 베어스턴스를 JP모간에 인수시키면서 피 맛을 본 시장은 좀 더 충격적인 사태 전개를 원하는 듯한 모습이다.

중국 증시 회생을 위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가 주식 대량보유자에 대한 우대규정을 마련하면서 이틀째 연저점을 경신하던 상하이 및 선전지수가 1% 넘게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이번달 보호예수에서 해제되는 비유통주 물량의 60%가 이번주에 집중적으로 풀리면서 주간 단위로 해제물량이 가장 많은 한주가 될 것이라는 수급논리는 중국 증시 몰락론에 묻혀있다.

올림픽 개최 기간중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올림픽 후 마치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는 걱정이 매도를 불러내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절매가 출현하면서 주가가 다시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상황이다.

일본과 유로존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경제도 암울해질 것이라는 비관론과 위기론이 다시 한번 증시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국 7월 주택착공과 생산자물가지수가 악화되면서 미증시가 또 다시 하락하게 된다면 '아시아증시 하락→미증시 하락→아시아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될 지 모른다.

IMF외환위기를 맞아 숱한 기업을 부도내고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한국의 전례를 따르자고 한다면 미국은 갈 길이 멀고 현재까지의 주가 하락은 이제 시작한 수준에 불과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여지가 없는 것인지 한번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 1500선이 결국 무너지고 1200∼1450선으로 레벨이 낮아질 것인지, 1600선 회복을 위한 마지막 고통인지 여부가 이날 뉴욕증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