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결국 미국식 모델 중대위협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8.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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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신용버블 가져온 미국 시장 모델 재평가, 세계 질서 변화도

신용위기가 한창이다. 정점을 지났다, 위기의 끝이 보인다는 낙관적 견해도 있고 최악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흉흉한 전망도 없지 않다. 18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독자적인 자금 수혈이 어려워 결국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며 신용위기에 불을 질렀다.

1년을 지나고 있는 신용위기는 시장과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용위기로 자유롭게 신용을 창출하던 은행들의 관행은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주도한 시장경제 모델이 도전을 받게될 것이라고 외부 기고를 통해 예상했다. 기고는 영국에 있는 글로벌 투자컨설팅 업체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치 대표가 작성했다.

신용위기로 일단 자유롭게, 이렇다할 규제없이 신용을 창출하던 금융기관들의 관행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전세계 신용은 5~7% 줄어들 전망이다. 전세계 생산(GDP)이 1달러 늘어나는데 4~5달러의 새로운 신용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세계적인 경제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수년이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더 오래 지속되고 깊은 변화도 있다. 시스템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감독기관은 더이상 은행들이 증권을 대량 발행하고 이를 장부에 담지 않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자금 조달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지난 10년간 해왔던 대출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되면 파장은 장기적으로 크다. 가장 먼저 돈이 희귀해지면서 투자 리스크(위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돈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막대한 레버리지를 동원해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익을 내는 유행도 한물 갈 것이다. 그러나 쥐어짠 돈으로 일궈낸 이익은 훨씬 '펀더멘털'에 가까운 값진 결과물이라는 평을 얻을 것이다. 차입매수(LBO)나 사모펀드의 거래 등 부채를 총동원한 방식의 이익은 사상누각에 가깝다. 실질 경제 활동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

둘째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들의 과소비로 빚어진 글로벌 불균형이 점차 해소될 것이다. 당장 미국 가계의 엄청난 부채는 감소하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곧바로 미국의 과소비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던 이머징마켓의 고성장 시나리오에도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주 소비시장의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더 길게보면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완화되는 흐름으로 바뀔 것이다.


과도한 신용과 자본유입은 이머징시장의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더이상 중국 등 이머징국가들은 저물가(디스인플레이션)를 수출하지 않는다. 더불어 선진국들은 더 이상 중국의 값싼 상품을 즐길 수 없다. 세번째 영향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이제 죽었다. 20년간 선진국으로 흘러간 디스인플레이션은 많은 이익을 주었다. 동시에 절약의 소중함도 앗아갔다. 빚을 내 소비를 즐기도록 부추겼다. 이제 빚을 줄이고 절약해야하는 시대가 왔다. 소비자들은 사치품보다 소비의 가치를 주목하고 월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넷째 미국이 주도한 자유시장 모델이 신용버블 붕괴로 심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실제 각국에서 신용버블을 가져온 모델을 수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식 모델의 르네상스가 예상된다.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시장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가장 크고 강력한 세계 경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 관점에서 볼 때 경제, 지정학적인 힘은 감소할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모델이 치명적인 흠을 지닌 것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지적인 리더십도 약화될 전망이다.

세계는 다수의 강국이 할거하는 다극화 시대로 변모할 것이다. 갈등은 동등한 힘을 지닌 나라간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이 그중에서는 상대적 우위(primus inter pares)에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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