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잔치 끝난 은행장의 한숨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8.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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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잔치 끝난 은행장의 한숨


"모두 물속에서 잠수를 하고 있다. 참지 못하고 누가 먼저 물 밖으로 나오느냐의 문제다"

최근 만난 한 은행장은 은행권의 외형확대 경쟁과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해 이처럼 우려를 나타냈다. 그의 말이 기우가 아니라는 점은 수치로 확인된다. '총자산순이익률(ROA) 1%,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순이자마진(NIM) 3% 이상'. 우량은행을 판가름하는 척도지만 올 상반기 이를 충족한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

연체율 착시 현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산이 증가한 덕에 은행권 연체율 자체는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건전성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올 상반기 연체액은 크게 늘었다. 2005년 자산 증가 경쟁에 불을 지폈던 부동산 담보대출의 거치기간도 곧 돌아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



자금조달 환경도 좋지 않다. 금융채 인기가 떨어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연 7.1%에 1년 만기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으로 유치한데 이어 국민은행 (0원 %) 역시 7% 가까운 고금리를 내고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은행권에서조차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다른 은행장은 "비용이 많이 드는 지점 확대 등 외형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도 좋을 이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은행들의 잔치는 끝났다는 고백이다.



감독당국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7월 은행들이 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돼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자산이 늘어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급격한 쏠림현상을 싫어하는 당국자의 말이지만, 이는 감독의 무게추를 외형확대와 수익성 중 어디에 둬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국내은행간 인수·합병(M&A) 자제' 발언도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큰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M&A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은행이 직면한 문제는 결국 효율성으로 귀결된다. 덩치는 작아도 수익성 좋은 은행이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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