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 급락에 亞 개도국 숨통 틘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8.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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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급격한 상품가격 하락세는 세계 경제,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한동안 세계 경제 호황과 함께 급속 성장세를 구가하던 아시아 개도국 경제는 한때의 석유, 식품, 광물가격 상승 이후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하지만 연일 고가를 갈아치우는 기록행진을 거듭하던 유가 등 상품가격 전반이 최근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이들 경제에도 반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불과 한달 전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이후 40달러 가량 하락했다. 지난 15일 종가는 배럴달 113.77달러. 고점 대비 22% 빠진 수준이다. 쌀 가격은 5월에 비해 약 40% 떨어졌다. 밀, 구리 등 기타 주요 상품가격도 모두 의미 있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품가격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되던 일. 상품가격 오름세를 주도하던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 국가의 상품 수요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감소하면서 상품가격도 자연스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원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 경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상품가격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뛰는 상품가격에 더 많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들 개도국들이다.



물론 지금의 상품가격도 이전에 비해선 한참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지금의 쌀가격은 지난해의 두배 수준이다. 그러나 상품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개도국들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간 아시아 개도국은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뛰는 물가 탓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플레 우려가 덜어지면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겨났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주안점이 경기에 보다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 워싱턴의 씽크탱크그룹 글로벌디벨롭먼트센터의 책임자 낸시 버드샐은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상품가 하락세는) 세계 경제, 특히 아시아 개도국들에게 명백하게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품가 하락이 모든 개도국들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일부 정부 예산을 삭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석유, 가스 판매가 말레이시아 정부 수입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10년 전 10%에서 현재 40%로 급증했다. 유가 하락 영향이 10년 새 4배로 뛴 셈이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일부 남미 개도국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식품가격 하락은 아르헨티나에, 유가 하락은 베네수엘라에 각각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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