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그는 50군데가 넘는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매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토익 점수 950점, 학점 3.7(4.5만점), 1년 영국연수 등 입사에 필요한 기본준비는 마쳤다고 자부하지만 김씨가 직장인이 되기 위한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업들이 졸업한지 2년이상 된 지원자보다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직장을 구하기 전에 졸업하면 말 그대로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현실도 부담스럽다.
그는 "자기 위안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을 감당키 어려울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김씨같은 '대학교 5학년'은 점점 늘고 있다. '대5생'(대학교 5학년생), NG족(No Graduation족) 등의 신조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실제 지난해 말 한 취업 관련 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예정자 424명 가운데 59.3%가 취업하기 전까지 졸업을 미룰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1.4%(복수응답 포함)가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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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됐지만 김씨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얼마나 더 준비를 해야 입사통지서를 손에 쥘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30을 앞두고 여전히 부모님
께 매달 용돈을 받아쓰기도 미안하고 부끄럽다.
김씨의 마지노선은 내년 상반기까지다. 앞으로 1년 남았다. 일단 이번 하반기에는 계속해서 대기업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대기업만 노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오랫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 뒤 "내년에는 어디든 들어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터뷰를 마친 김씨는 책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토익 말하기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학교 도서관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