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 겁나는 '대학교 5학년'

도병욱 기자 2008.08.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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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백수 보고서<1> No Graduation 족

오는 9월 김우직(28·가명)씨는 대학교 5학년이 된다.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교에 다니는 김씨는 이미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을 다 채웠다. 하지만 한 학기 더 다니기로 결정했다. 취업준비를 위한 시간벌기를 위해서다.

지난 상반기 그는 50군데가 넘는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매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토익 점수 950점, 학점 3.7(4.5만점), 1년 영국연수 등 입사에 필요한 기본준비는 마쳤다고 자부하지만 김씨가 직장인이 되기 위한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변에서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아 대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으니 눈높이를 낮추라고 권한다. 잇단 좌절에 중견기업 입사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중견기업의 현실 때문에 선뜻 지원하기가 망설여진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졸업을 미뤘다.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이 취업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기업들이 졸업한지 2년이상 된 지원자보다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직장을 구하기 전에 졸업하면 말 그대로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현실도 부담스럽다.
그는 "자기 위안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을 감당키 어려울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가 학교에서 1학기 또는 1년을 더 보내도 전공공부에 집중할 수는 없다. '취업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음 학기 1과목(3학점)만 수강할 예정이다. 토익 공부와 면접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서다.

최근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김씨같은 '대학교 5학년'은 점점 늘고 있다. '대5생'(대학교 5학년생), NG족(No Graduation족) 등의 신조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실제 지난해 말 한 취업 관련 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예정자 424명 가운데 59.3%가 취업하기 전까지 졸업을 미룰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1.4%(복수응답 포함)가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당분간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됐지만 김씨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얼마나 더 준비를 해야 입사통지서를 손에 쥘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30을 앞두고 여전히 부모님
께 매달 용돈을 받아쓰기도 미안하고 부끄럽다.

김씨의 마지노선은 내년 상반기까지다. 앞으로 1년 남았다. 일단 이번 하반기에는 계속해서 대기업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대기업만 노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오랫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 뒤 "내년에는 어디든 들어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터뷰를 마친 김씨는 책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토익 말하기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학교 도서관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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