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열기 전 제 갈 길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8.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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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18대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서다. 임기 시작한 지 80일동안 '샅바 싸움'만 할 뿐 게임을 치를 경기장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정국이 꽉 막혀 있다.

그렇다고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야는 이미 대화 문을 닫았다.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힘겨루기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간 감정의 골까지 깊게 파인 상황.



향후 여야간 대립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자칫 정기국회까지 열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 "더 기다릴 수 없다" = 김형오 국회의장이 협상 최종 시한으로 설정한 시점은 18일 낮. 이를 감안하면 주말 내내 여야간 협상 테이블이 열렸어야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접촉은 없었다. 대화 채널이 닫힌 상태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언제까지 민주당의 생떼를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국회 문을 열길 바라는 세력과 연대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민주당을 배제한 채 부분 원구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차명진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더 이상 민주당과 협상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국회의장이 소집한 18일 국회 본회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 "가축법 약속 지켜야" = 민주당도 강경하긴 마찬가지. 근저에는 거대 여당이 주도하는 원 구성 협상에 끌려만 다닐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 민주당 핵심 의원은 "가축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만큼 한나라당이 약속을 지키면 원 구성 협상을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며 "이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압박 전술도 민주당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여야간 대화보다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민주당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강경 모드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신의 늪…막가는 국회 = 국회가 파행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으론 신뢰 부족이 꼽힌다. 정권 교체로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지만 '역지사지'를 하기보다 서로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민주당의 발목 잡기가 습관화될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가 무섭다.

여야 원내 지도부 모두 당내에서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도 여야간 대치를 키우는 요인이다. 여야 모두 내부의 강경 기류가 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간 대치 상황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게 가장 선명하다"며 "하지만 원내 지도부는 이들을 설득해 나갈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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