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요'에 '짜증'나는 베이징 올림픽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8.08.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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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관중들의 방해 속에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양궁 국가대표 박성현 선수. ↑ 중국 관중들의 방해 속에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양궁 국가대표 박성현 선수.


중국어로 '짜~요'는 '힘내라'라는 뜻을 가진 중국 응원 구호다.

베이징올림픽 열흘째를 맞이한 17일, '짜요'가 중국인들에게는 힘이 되고 있지만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는 '두려움'과 '짜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

16일 남자 탁구 준결승가 열린 중국 베이징대학교 체육관. 한국과 중국의 단체전 경기가 열린 이 날 경기는 중국의 텃세를 '유감없이' 보여준 한 판이었다.



관중석에는 어김없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짜요'의 물결이 넘쳐났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도'를 넘은 중국식 응원은 이 날도 어김없이 '도'를 넘기 시작했다.

관중뿐만 아니라 장내 아나운서까지 노골적으로 응원의 물결에 가담했기 때문. 장내 아나운서는 오상은 선수와 중국 마린 선수의 경기가 열린 첫번째 단식 경기에서 본격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짜요, 짜요'를 외치기 시작했다.



프로농구 홈팀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결국 한국은 중국에 패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한 수 위였지만, 결과가 못내 미덥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14일 열린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발생한 '호루라기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경우다. 결승전에 진출한 박성현 선수가 시위를 당기려던 순간 관중석에서 '삑'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집중력이 필요한 양궁 경기에서 관중들이 지켜야 할 매너 중의 하나가 '소음 자제'다. 결국 박성현 선수는 중국 장주안주안 선수에게 1점차로 패했다.


박성현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중국 선수가 잘한 것보다 내가 못했다"며 "관중석에서 난 소리가 거슬렸지만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중국 관중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자세다. 결과에 과도한 집착을 보인 중국 관중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테니스 경기도 연일 관중들의 고함과 소음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중국 테니스팬들은 에티켓 교육이 필요하다(Chinese tennis fans need etiquette lessons)"고 지적할 정도다.

이밖에도 경기장 곳곳에서 중국 관중들의 과도한 응원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현재 종합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이지만 관중들의 매너만큼은 1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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