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얼굴' 강달러, 약? 독?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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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압력 낮추지만 수출 둔화로 경제 악영향

달러 가치가 15일(현지시간)에도 강세 행진을 이어가며 9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강세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고 수입 물가는 낮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정도 줄여줄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수출 호황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누스의 얼굴' 강달러, 약? 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최근 달러 강세가 달러 가치 압력을 상당정도 줄일 것이지만 반대로 경제를 지지하던 요인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2분기 미국 경제는 수출 호황이 아니었더라면 유럽과 일본의 뒤를 좇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 강세를 마냥 기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우려였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이후 7년간 이어오던 달러 강세가 끝날 것이란 신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93%(0.0137달러) 떨어진 1.4688달러로 장을 마쳤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4659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 한달간 유로와 파운드화에 대해 8% 급등했고,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6% 반등했다.

보통 한 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나타낸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가치 상승은 미국 경제의 호조 때문이라기보다 상대 국가들의 경제가 더 나쁘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로존은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기준 마이너스 2.4%였으며, 유로존은 유로화 출범이후 처음으로 지난 2분기 마이너스 0.8%(연율기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강달러, 수입물가·상품가 낮춰 인플레 압력↓

달러 가치는 상품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둔화됨에 따라 원자재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상품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가격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상품 생산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많이 사라지게 된다.



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바버라는 "상품 시장은 그동안 약달러와 강한 경제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급등세를 이어왔지만 이제 완전히 반대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품 가격 급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일등공신이다. 골드만삭스의 외환투자전략가인 젠스 노르드빅은 "강달러는 상품과 수입제품 가격을 끌어내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춘다"고 밝혔다.

◇강달러, 헤지펀드 수익률에 직격탄



그러나 달러 강세에 따른 부작용도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헤지펀드들은 상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하지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유가가 급락하자 큰 손실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은 하루 3조2000억달러 가량이 거래된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그러나 이제 헤지펀드들과 투자자들은 상품에 대한 포지션을 줄이고 반대로 달러 강세에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헤지펀드들은 8년래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헤지펀드들의 평균 손실은 2.8%였다. 특히 달러, 상품 등에 투자하는 매크로 펀드들의 평균 손실이 5.5%로 가장 컸다.



◇ 강달러, 美 수출 부진 우려

또 강달러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수출 둔화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수출이 개선되지 않았더라면 미국 경제 역시 일본과 유럽을 따라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을 수도 있다. 미국의 지난 2분기 수출은 연율기준 9% 증가하며 경제를 뒷받침했다.

아직 많은 경제학자들은 수출 붐이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달러의 최근 강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달러 가치는 2000년 10월에 비해 44%나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유로 강세로 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던 유로존은 다소 숨통이 틔일 전망이다. 그동안 유로존은 유로강세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유로존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유로강세로 유로존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몰두하던 유럽중앙은행(ECB)도 결국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섬에 따라 금리 인상 대신 경기부양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채권 책임자인 마이클 하센스탭은 "유로는 펀더멘털 측면으로 따지자면 약 30% 가량 과잉평가돼 있다"면서 "유럽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좋지 않은 경제 소식들이 달러 가치 상승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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