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조원 적자, "어쩔 수 없었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8.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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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발전 자회사들에게 전기 가격을 다 쳐 줬다면 영업손실이 1조원이 아니라 3조원은 됐을 것입니다."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 1조1272억원에 이르는 최악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러나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간에 전력 거래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4일 "그나마 한전의 자구노력과 자회사들의 고통 분담이 있었기에 이만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다 전기를 공급한다. 한전은 미리 전력 수요를 예측해 원자력과 석탄 등 발전 단가가 가장 낮은 발전소의 전기부터 구입한다.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하는 단가는 그 때 그 때 원재료 가격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가격 상한이 정해져 있어 일정 부분 이상은 올릴 수 없다.

석탄 발전 전기 1kwh의 가격은 지난해 30원대 후반에서 올 상반기 평균 45원으로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00원 선에서 127원으로 상승했다.



다행히 원자력 발전 가격은 원재료가 발전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정도로 미미하고 원재료 가격이 안정돼 있어 지난해와 비슷한 37원이었다.

그러나 전력거래소는 올해 유연탄과 LNG 도입 가격 상승분을 감안하면 석탄 발전은 최대 56원, LNG 발전은 최대 175원까지 올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도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전기 공급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이 결과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도 올들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공시된 한전 발전 자회사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남동발전과 남부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등 4개사의 영업이익은 총 1549억원. 지난해 상반기 8453억원보다 81.63% 급감한 수치다.

여기에 올들어 한전은 자구 노력으로 1조200억원의 비용 절감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공사 비용과 행사비, 체력단련비, 프린터 토너 구입비 등 줄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줄였다.



한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1만1000여개 업체를 회원으로 둔 한국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한전의 긴축 경영 탓에 공사 비용이 적정하게 산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회원사가 늘고 있지만 한전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지만 비슷한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경영 실적이 오히려 좋아졌다.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6224억83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6% 늘었다.

이는 가스공사의 경우 한전과 달리 가스 판매 가격에 원가연동제가 적용되기 때문. 지난 1월 이후 가스 요금이 동결되면서 원가 연동이 보류되고 있지만 재무제표에는 급상승한 LNG 도입 가격과 동결된 가스 공급 가격의 차액을 '미수금'으로 처리해 반영한 결과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미수금이 7634억1900만원 증가했다. 미수금 증가분을 빼면 사실상 영업이익은 1000억원 넘는 적자로 바뀐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은 향후 가스요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방영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전이 세계 최고의 전기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용하다"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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