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거래, 규제완화로 숨통을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08.2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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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침체기로 건설경기 해법은

“지난해 대비 10분의1도 분양을 안 하고 있어요. 토지 매입이 끝난 사업장이 대여섯 곳이 되지만 분양 시장이 너무 나빠 분양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 물량이 13만 가구에 이르고 중개업소는 거래가 없어 개점휴업 상태인 바야흐로 부동산 암흑기다.



부동산 관련업종 종사자들은 죽을 맛이다. 건설사, 분양대행사, 홍보대행사, 부동산 컨설팅업체, 중개업소 등 너나 할 것 없이 "요즘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면서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한편 정치권과 정부는 주택경기 활성화에 대해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부동산 세제 규제완화에 대해 엇박자 행보를 지속하다가 결국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로 방향을 정하자 시장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MB정부가 출범한 이래 계속되는 헛바람 넣기가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 모두에게 부동산 정책의 불신만 초래한 꼴이 돼버렸다.
얼어붙은 거래, 규제완화로 숨통을


◆부의 형평..부동산 규제완화로 풀자

최근 전세계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국민이 ‘부의 분배가 일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표출한 것이 이슈가 됐다.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해 10월31일부터 올해 1월25일까지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34개국 3만45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한국이 ‘경제적 성과의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에 86%의 응답률을 보이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84%), 일본(83%), 칠레·레바논·터키(82%) 순.

반면 '부의 분배가 공정하다'는 의견에 높은 응답률을 보인 국가는 UAE(72%), 호주ㆍ캐나다ㆍ중국(58%), 나이지리아ㆍ가나(53%) 순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에서는 건설경기의 불황을 부의 재분배로 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의 부의 불평등 문제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부동산 거래를 묶는 규제는 완화하면서 현금 흐름의 탈출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100억원을 소유한 1명이 소비하는 금액보다 1억원을 소비한 100명의 경제활성화 기여도가 높다”면서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완화보다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양가격을 낮추는 업체에게 프리미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분양하는 사업자에 대해 각종 세금을 완화해 준다든지 주택 구입시 일정 가격대로 판매하면 세금 면제 혜택을 주는 식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도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다. 주택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에도 고분양가로 인한 폭리 문제나 미분양 주택 확산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적절한 지원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세금 규제 완화 등 조치가 있다면 현재 상한제 적용 가격보다도 분양가격을 더 낮출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거래, 규제완화로 숨통을
세 부담 낮추면 분양가 더 내린다

거래활성화와 부동산 가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결책으로 업계는 크게 세가지를 주문한다.

첫째는 신규분양에서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싸게 공급하는 주택에 대해 전매제한과 거래세·취등록세 등을 면제해 주면 수요자는 싸게 공급받아서 좋고 주택업체는 이익이 줄어들지만 세 부담이 적고 거래가 늘어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둘째로 13만가구에 이르는 미분양 해소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적체돼 있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가격 할인을 단행할 경우 정부에서 대출을 알선해 주고 금융 만기일을 연장해 줄 결우 주택수요자와 공급업체가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끝으로 세부담과 수요자를 찾지 못해 주택처분에 애를 먹는 다주택 보유자를 위해 원 분양가 수준에서 재판매를 할 경우 거래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 하다는 것이다. 1가구 2주택자가 현 시점에서 주택을 처분하려고 해도 팔지 못하는 여건인 만큼 이 같은 장애물을 치우고 자연스레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야 것이 주택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2004년 이후 많은 서민들이 담보나 신용 없이 분양받은 아파트만 가지고 금융대출을 받은 만큼 이들이 무너질 경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일본의 부동산 거품붕괴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지키는 것이 한국에서 부의 균형을 잡기 위한 기초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다만 문제는 있다.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질 경우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이미 MB정부가 종부세 등 각종 세수 감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주택가격 상승분에 대한 세금만 물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주택 가격의 급등부분은 일정부문 정부가 회수하고 거래는 꾸준히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부의 불공정을 일정부문 해소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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