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세와 달러강세가 주춤거리면서 가려졌던 미국 경제의 현주소가 다시 미 증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13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09.51포인트(0.94%) 하락한 1만1532.96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도 3.77포인트(0.29%) 내린 1285.82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1.99포인트(0.08%) 떨어진 1482.62로 장을 마쳐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7월 소매판매는 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침체 우려를 가중시켰다.
메릴린치는 금융시장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등 금융주에 대한 투자의견도 하향하는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7.3% 급락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가 3.9%, 세계 최대 보험사 AIG는 3.50%, J.P모간 체이스 2.7%,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가 3.05% 떨어지는 등 각 금융부문 대표종목들이 맥을 못 췄다. 골드만삭스 역시 등급하향 등의 영향으로 1.4% 내렸다.
메릴린치의 수석투자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이날 "신용 위기는 광범위하고 깊고 전세계적이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릴린치는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의 3분기 순이익 예상치를 주당 2.80달러에서 2.04달러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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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3분기 주당순손실 전망치도 28센트에서 55센트로 변경하고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이하'로 낮췄다. 리먼 브러더스 역시 '시장이하'로 하향했다.
◇ 빛이 안보이는 소비지표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 관련 종목들이 일제 약세를 보였다.
미국 최대 할인점 월마트가 1.92%, 백화점체인 JC페니는 1.52%, 의류체인 리즈 클레어본도 11.6% 하락했다.
미국 2위 백화점 메이시는 소비침체와 구조조정 비용으로 인해 2분기 순이익이 1.4%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소비 관련주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장 후반 반등에 성공 1.9% 오른 채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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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 상무부는 7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0.1%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월 0.5% 감소한 이후 5개월 만에 첫 감소세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전달 보다 0.4% 증가해 예상치 0.5% 증가에 못 미쳤다. 자동차 판매는 2.4% 감소했다.
메릴린치의 드류 매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환급액을 다 소진한 소비자들은 소비를 이어갈 만한 충분한 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실적-등급 악재도 잇따라
미국의 산업장비 제조업체 디어는 3분기 순익이전년비 7.1% 증가한 5억752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순익이 예상 보다 낮았던데다 4분기 순익도 전문가 예상치 4억9000만달러보다 낮은 4억2500만달러로 제시해 주가가 3.3%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B3'에서 'Caa1'으로 한단계 하향했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반등세를 보이던 GM 주가는 이날 하룻동안 7.57% 내려섰다. 포드 역시 5.97% 동반급락했다.
◇ 기술주 분전, M&A'불씨'도 이어가
반도체 칩메이커 엔비디어가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1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계획으로 10.8% 급등했다.
전날 장마감후 CVS가 주당 71.50달러에 매입을 제안한 사실이 전해진 롱스 드러그 스토어도 30.8 폭등했다.
원유가격 반등으로 상품시장으로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 주가가 5.77% 반등하는 등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이날 상품시장 벤치마크인 로이터-제프리스 CRB지수는 2.4% 상승했다.
이날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나흘만에 반등, 배럴당 116달러선을 회복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2.99달러(2.7%) 오른 116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3일간 7달러 하락했던 WTI는 이날 한때 배럴당 4달러 이상 오르며 117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미 에너지부는 지난 주말 기준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40만배럴 감소한 2억965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휘발유와 정제유 재고도 각각 640만배럴, 170만배럴 줄어들었다.
정유시설 가동률이 전주의 87%에서 85.9% 낮아진 점이 재고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달러화는 유로대비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13일(현지시간) 오후 3시38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05센트(0.03%) 상승(달러가치 하락)한 1.4932달러를 기록중이다.
파운드 달러 환율은 1.39% 급락하고 엔/달러 환율도 0.22% 상승(엔화 가치 하락)한 109.51엔을 기록하는 등 주요 통화대비 등락이 엇갈렸다.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내년 1분기 영국 경제성장률이 종전 전망했던 1% 보다 크게 낮은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급부상하면서 파운드화 급락세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