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진출 中企, 올해만 잘 넘겨라

전현기 우리은행 중국 소주지점 부장 2008.08.2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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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전현기의 '중국 경제 안과 밖'

"중국이 올림픽이 끝나면 경제가 더욱 나빠진다면서요?"

"중국에서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중국도 부동산이 폭락한다는데 어떻습니까? 중국 주식은 당분간 상승이 어려울까요?"



요즘 필자가 손님들을 만나거나 한국과 통화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한국의 언론에 비치는 중국은 요즘 모두 빨간색인 것 같다. 모든 소식이 비관적이고 어렵고 폭락한다는 내용들이다.

그럼 현지에서 느끼는 체감정도는 어떤지 중국에 주재하는 주재원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중국에 오래 거주한 사업가들이나 주재원들은 1998년 동남아 금융위기 이후 약 10여년 기간 중에서 최근 중국에 대한 가장 비관적인 소식이 많이 들린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대형 마트나 주요 상가, 식당들에는 손님이 북적이고 미국이나 한국처럼 소비가 줄어드는 모습은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의 도로에는 자동차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도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던 선전, 광저우 등 일부 지역에서만 떨어지고 중국내 대다수 도시의 거래는 급감하였으나 가격이 크게 빠지지는 않았다.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매물이 크게 늘지도 않는 것 같다.
中진출 中企, 올해만 잘 넘겨라


◆중국경제 대체 '양호', 중소기업은 '적신호'


그러나 어렵다는 소식이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 바로 중국 내 중소기업, 특히 낮은 인건비에 의존하여 왔던 섬유, 봉제 등 방직업체와 임가공업체들이다. 이는 중국계기업이든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든 싼 인건비에 의존하던 산업은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2008년 초부터 실시된 중국의 신 노동법은 일일 4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에 대하여 정식 계약 체결을 해야 하며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이 포함된 4대 연금에 의무적으로 기업에서 지원해야 하므로 모든 기업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었다.



이는 광동성지역에 대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홍콩 및 대만계의 섬유, 피혁, 부품조립업체에 큰 타격을 주었고, 칭다오를 비롯한 산동성에 많이 진출한 한국계 임가공업체를 줄 도산하게 만든 주요인이다.

미리부터 대책을 세워 준비를 해온 기업들은 인건비가 더욱 낮은 중국 내륙지역으로 이전을 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상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더욱 더 중소기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이 2008년 초부터 실시된 중국 정부의 은행 대출 한도제한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의 수단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왔으나,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결국 모든 은행에 대하여 대출금액을 전년도 대출금액 정도만 허용하는 정책을 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는 대출을 유지 또는 증가를 시키고 중소기업이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대출은 회수하고 있다. 그 여파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중소기업에도 미쳐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필자가 중국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2002년도부터 보면 외국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중국에 투자하면 은행들이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의 금액을 담보 없이 대출을 해 주었다.또한 금리도 4 ~5%대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상황이 2006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2008년 들어서는 금리에 관계없이 중소기업이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대출자체가 어려워졌다. 대출을 받는다 해도 금리가 8%대이니 매출이익률이 높지 않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이자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와 같은 기업환경으로 인해 현지 언론의 발표에 의하면 2008년 상반기에만 중국 내 중소기업 6만7000여개가 도산하였다고 한다. 특히 방직산업의 경우에는 1만여개 기업이 문을 닫았고, 3분의2가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중국 당국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중소기업 지원안을 긴급히 준비하고 있는데 그 안에는 긴급 자원지원과 부가가치세 환급률 인상 등이 있으나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필자가 5년 동안 중국 내 34개 도시에 소재한 1300여개 이상의 한국기업을 방문하고 거래하면서 느낀 바로는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는 현지 법인장과 주재원들의 각오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4/4분기 긴축정책 완화 예상돼

한국과는 다른 경영 환경과 문화적으로 차이가 많은 중국 현지인들을 고용하며 기업을 운영하려면 한국에서의 브랜드 네임, 직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은 생각할 수도 없다. 오로지 현지 법인장과 파견 주재원들이 솔선수범하여 회사의 규율을 세우고 중국 현지직원들의 비리를 해소하며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이 뛸 수밖에 없다.



또한 인근에 소재한 한국기업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노무, 세금,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KOTRA에서 중국 내 기업의 경영문제 등에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으니 자료만 잘 찾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진 것 같다.

한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들께 최근의 중국 내 기업환경이 너무 비관적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기와 같은 최근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이윤을 많이 내며 규모를 키운 중소기업도 상당히 많다. 물론 삼성, LG,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한국타이어, 이마트, 농심, 오리온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자리를 확고히 하며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고,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도 이제는 자리를 잡아 제품생산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금년 4/4분기쯤에는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풀리면서 기업지원 정책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올 한해만 잘 뛰시면 내년에는 더 좋은 경영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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