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상반기 영업손실 1조원… 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8.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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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21,950원 ▼250 -1.13%)이 1조원대의 반기 영업손실을 봤다. 원재료 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 연쇄 상승을 우려해 전기 가격을 묶어놓은 결과다. 한전의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 방안이 표류하고 있는 반면 주요 발전원인 유연탄 가격은 크게 올라 경영 악화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전은 13일 올 상반기 영업손실이 1조1272억7300만원인 것으로 잠정적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도 4638억8600만원 적자였다. 한전이 반기 영업손실을 본 것은 지난 2006년 상반기 214억원 적자에 이어 사상 두번째이며 반기 순손실은 사상 처음이다.



한전 측은 이같은 적자가 난 것은 발전 회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비용이 크게 늘어난 반면 전기 판매 수익 증가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한전의 전력 구입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2조1450억원 증가한 반면 전기 판매 수익은 8.7%, 1조1761억원 느는 데 그쳤다. 증가액 차이만 해도 9689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전력 구입 및 판매 금액이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한전의 매출액 가운데 전기 판매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2.5%이기 때문이다.

전력 구입 비용이 크게 는 것은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

한전에 따르면 전체 발전의 36%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t당 약 5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 도입 가격은 평균 약 7만원으로 40% 정도 상승했다. 또 발전 비중 20%를 차지하는 LNG 역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7% 정도 도입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전력요금의 경우 지난해 2007년 1월15일자로 평균 2.1% 인상된 이래 현재까지 1년7개월 넘게 동결됐다. 최근들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평균 5%대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당정간에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인상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전 측에서는 전기 요금 인상이 늦어질 경우 상반기보다 올 하반기와 내년의 경영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통 발전용 유연탄은 도입 가격을 1년 전에 결정하는데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이 현재 t당 155달러(16만여원)까지 치솟아 내년에는 올해 상반기 평균 도입 가격보다 2배 넘게 주고 유연탄을 사와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특회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반기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한전의 적자 가운데 835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981년 이래 전기요금이 연간 6% 이상 올라간 적이 없다"며 "원자재값 상승 상황을 고려할 때 최대 6%까지 전기 요금이 인상된다고 해도 한전 실적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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