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에 마음 묶이지 말아야

이건희 외부필자 2008.08.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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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1960년대에 빼어난 외모에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명성을 날리던 박재란씨의 대 히트곡 중에 '님'이라는 제목의 노래의 부제가 '창살 없는 감옥'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모든 다방에서 항상 나오던 노래입니다. 노래 가사는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 없는 감옥인가 만날 길 없네. 왜 이리 그리운지 보고 싶은지. 못 맺을 운명 속에 몸부림치는. 병들은 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 이렇게 됩니다.



그 뒤 약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섹시 댄스로 명성을 날리면서 나타난 가수 박진영씨가 동명 제목인 '창살 없는 감옥'이란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날 놓아줘 풀어줘 창살 없는 감옥에 날 가두고 누구에게도 가지 못하는 바보로 만들지 말고” 이렇게 되는 가사는 거의 반세기 전에 노래하였던 '창살 없는 감옥'과 정반대의 상황에 대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는 연인을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나타냈었고, 2000년대에는 현재의 연인으로부터 떠나가고 싶은데 붙들려있는 상황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렇듯 벗어나야하는 상황이 서로 다르더라도 마음이 얽매어 있는 경우는 언제 어디서라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투자를 하면서 정말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시장이 변하는 것 자체보다는 흔히 두려움과 공포 또는 욕망과 탐욕에 마음이 사로잡히게 된 결과입니다. 이는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가두는 것이므로 '창살 없는 감옥'입니다.

원래 투자는 예측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대응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상황에서건 대응을 잘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특정 심리에 지배되고 있을 때에는 현명하게 대응하기 힘들어집니다.

◆주식시장이건 부동산시장이건 두려움과 공포감 속에 마음이 가두어지면 합리적인 최선의 판단을 이성적으로 내리기 힘들어집니다. 주식시장이 크게 내려서 정말로 바닥권에 다가왔을 때 투매가 나타나는 것도 두려움 때문입니다. 처음에 내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제 곧 돌아서리라는 생각을 하다가 예상과 달리 계속 내리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뒤돌아보면 하락에 대한 위험은 고점에서 가장 컸던 것이고 저점에서 가장 작았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이와는 정반대로 고점에서 가장 적게 나타나고 저점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처럼 알 수 없는 실체에 대한 두려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현명한 선택과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게끔 마음에 작용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실제 존재하는 위험보다 훨씬 큰 공포감을 느끼고 잘 아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위험보다 훨씬 적게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입니다. 이러한 불합리적인 심리에서 벗어나는 길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과거 경험의 법칙을 적용하고, 최대로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를 파악하고, 단기적인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두려움과 공포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마음이 묶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인생의 세월이 제한적이라서 많은 경험을 할 수는 없으므로 지난 역사와 다른 사람들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지 장님이 코끼리를 파악하는 식이 아니라 보편 타당성 있는 과거 경험을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IMF 사태가 터졌을 때 엄청난 공포감에 사로잡혔던 것이 엊그제 같지만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그 당시에 비하여 무척 많이 오른 것도 지금은 모든 사람이 잘 아는 바입니다.

IMF 사태가 발생한 이후 외국인 투자는 오히려 더 크게 늘어났고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투자자금을 회수해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과거의 경험입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고도성장하던 다른 이머징 국가에서 빠른 성장의 후유증으로 시장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심지어 IMF 사태가 터진다하더라도 두려움 속에서 그 국가 펀드를 환매하기보다는 오히려 추가매수를 하여서 경제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답일지도 모릅니다.

최대로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를 이성적으로 파악해도 두려움의 감옥에 마음이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어떤 주식이나 부동산이 최대로 하락할 수 있는 수준의 정상적인 한계를 파악한다면 하락시 버틸 수 있습니다. 주식에서 PER, PBR, 배당수익률을 고려하는 것이나 아파트에서 대지지분에 대한 땅 값이나 임대용 및 상업용 부동산에서 임대수익률을 고려하는 것도 가격이 하락하면 할수록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해지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과매도권이 되어가도 넘어서기 힘든 가치투자 지표의 수준을 파악하면 감수할만한 최대 위험의 크기도 파악이 됩니다.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하면서 레버리지 효과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웬만한 하락 주기에도 위험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대출을 많이 받으면 최대로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을 크게 줄여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할 때의 두려움도 극대화됩니다.

결국 두려움과 공포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들어갈 확률은 평소 어떤 시각과 어떤 자세로 투자하는가에 따라서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연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창살 없는 감옥'이 투자에서는 하락시의 두려움과 공포에 비유된다면,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의 '창살 없는 감옥'은 투자에서는 상승시의 욕망과 탐욕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지나고 보면 어떤 투자에서 소위 말해서 막차를 타게 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욕망에 마음이 사로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남들은 다 돈 버는데 나만 소외되고 벌지 못하여서 다른 사람들과 재산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에 초조해지면 뒤늦게라도 올라타게 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어떤 한국 사람이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마음이 달아오르다가 결국 집을 샀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시점이 바로 상투였습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돈을 그대로 묶어 둔 채 그냥 한국으로 돌아와서 애먹는 것을 본적 있습니다.



일본에서 1990년대 초 대상투 시점에서 부동산은 끝없이 오른다는 생각 하에 무리하게 대출 받으면서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뒤로 일본은 제로 금리까지 되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주식시장의 대상투 시점에서도 대출받은 돈이나 신용으로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더 많이 오를 것 같기 때문에 그에 따른 수익도 더욱 크게 불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에는 자신의 경제사정에 비하여 무리하게 투자대상에 돈을 넣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른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는 다른 유형의 투자를 통해서도 재산을 늘려갈 수 있다고 바라본다면, 무리한 정도로까지 대출을 받거나 신용까지 쓰면서 투자대상에 올라타지는 않습니다.

평생에 걸쳐서 꾸준히 복리의 원리처럼 돈 늘려가기를 지속한다면 그 결과는 순간순간 탐욕에 지배되면서 살아온 사람들과 평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야 어느 시기나 있기 마련입니다. 보편성에 기초한 원리를 인식한다면 욕망과 탐욕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마음이 묶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만이 아니라, 결혼이건, 친구관계이건, 직장생활이건, 사업이건, 등산이나 기타 어떤 취미생활을 하건, 공포와 두려움, 또는 욕망과 탐욕에 마음이 지배되는 것은 흔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에서처럼 사업에서도 이익이 나거나 손실이 날 때마다, 경기가 좋아지거나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마음이 비합리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 매우 흔합니다.

KBS 주말드라마인 '엄마는 뿔났다'에서 김혜자 씨가 작은 딸이 부잣집에 결혼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던 것이나 큰 딸이 아이가 있는 이혼남과 결혼하는 것을 결사반대하던 것도 두려움과 공포감 때문입니다. 사윗감 되는 남자가 얼마나 괜찮은 인성을 가진 좋은 사람인가, 딸과 남자가 얼마나 서로 위해 주고 사랑하는 사이인가에 대한 중요성보다는 남자의 외적 조건에 의해서 결혼하면 매우 불행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김혜자씨의 마음을 지배했던 것입니다.

상대방의 인성과 사고방식으로 볼 때 결혼하면 불행해질 근본 요소가 있음에도 그 사람을 통해서 얻고 싶은 세속적인 욕망이 앞서면서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혼 생활에서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이혼이 답일 수도 있는데 이혼 후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커서 이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꼭 자식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욕망이 지나쳐서 아이가 소화하고 따라올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자식에게 드라이브 거는 집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지고 때로는 부모에 대한 증오심이 생겨서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자식이 대학을 가지 못하면 자식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대 보다는 입학성적이 낮은 세칭 일류 사립대의 어떤 일류 학과에서는 1학년 다니다가 그만두는 학생의 비율이 무척 높다고 합니다. 이는 꼭 S대에 들어가겠다는 욕망에만 사로 잡혀 있었기에 다른 대학에 다니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학 출신과 S대 출신을 대상으로 중년 나이 사람을 조사한다면 어떤 대학 출신이 삶의 행복도가 더 높은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일에서건, 어떤 일상생활에서건 “창살 없는 감옥”에 마음이 갇혀있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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