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경기침체가 필요한 7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1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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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파렐 마켓워치 칼럼니스트 "침체는 천민 자본주의 탈피 계기"

미국 경제가 '좋은 경기침체(Good Depression)'를 겪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폴 파렐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12일(현지시간) "병든 미국 자본주의를 치유하는데에는 약한 수준의 경기침체 만큼 좋은 약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청교도식의 정직한 자본주의를 통한 순수성을 회복해야 전세계적인 미국 경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게 그의 위기 해법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는 2010년에 가서야 침체 국면의 경제 상황이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모기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패니매와 프레디맥도 국유화 말고는 어떠한 처방책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결국 모기지 대출 부도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파렐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장기적인 처방책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단기 처방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경제성장, 강세장, 메가보너스 등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가 호황을 누릴때 월가 금융기업들은 '자유시장'을 주장하지만 경제가 어려울때는 '레이건식 개혁'하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비꼬았다.

파렐은 실제 대공황이 닥치기 전에 미국이 '좋은 침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파렐이 밝힌 미국이 경기침체가 필요한 7가지 이유이다.

1. 미국식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는 계기

경기침체는 미국식 천민 자본주의로 병든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문제는 경제나 시장이나 정치가 아니다. 2000년 이후 미국은 끊임없는 악재들에 시달려왔다. 무지와 부패, 기만, 사악한 행동 등이 가장 큰 문제는 이유였다. 가치를 잃은 사람들의 생각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침체를 겸허히 받아들여라

지난 8년간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펼친 공화당 정권으로 인해 월가는 도덕적으로나 능력적인 면에서도 매우 무능해졌다. 정부에서 나오는 정책들을 받아먹으며 과도한 낙관론에 사로잡혔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침체는 성장의 계기다. 불평을 그치고 실질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라.



3. 거품의 제거

로버트 실러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거품은 타인에게 전염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은 10년간 85% 이상 급등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다. 금융기관들은 모기지를 바탕으로 너도 나도 복잡한 금융상품들을 만들었다. 거품이 터지자 현실은 가혹하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자산 상각 및 손실이 2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파렐은 '거품섞인 생각'의 제거야 말로 침체를 통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4. 진정한 개혁의 추진 계기

월가는 그동안 호황을 빌미로 미국 금융시스템을 벼랑끝으로 몰고갔다. 이러한 일방향성은 결국 불법행위 및 탐욕을 양산한다. 침체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개혁의 계기가 마련된다.

5. 월가 은행 관행의 근본적인 개선



월가 투자은행들은 그동안 순익을 올리던 기본 공식들이 이번 위기로 모두 막혀버렸다. 이에 당황해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지만 손실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메릴린치가 가장 좋은 예다. 메릴린치는 위기 타개를 위한 6억1500만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이는 기발행 주식의 38%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였다. 메릴린치는 자금은 모았을지는 몰라도 물량 부담이 가중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메릴린치는 2004년 주당순익을 회복하려면 28억달러의 새로운 순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결책은 방만한 비용을 줄이고 위험에 대한 통제를 늘리는 것 밖에 없다.



6. 미국의 쇠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계기는 침체

1000년 제국 로마가 쇠락했던 것처럼 미국이 겪고 있는 일련의 위기들은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다. 경기침체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경제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해야 쇠퇴를 막을 수 있다.

7. 전쟁 일변도의 강경 정책을 막을 계기



부시 행정부는 전쟁 대통령이다. 미국 경제는 전쟁 비용으로 세금의 54%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 군사비 지출의 47%를 점유할 정도로 막대한 양을 군대에 쏟아 붓는다. 경기침체는 이러한 전쟁일변도의 정책을 바꿀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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