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움츠린 심리의 본질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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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1600선 범위 벗어날 때 방향성 확보

미국 증시가 이틀째 상승했고 국제유가(WTI)가 115달러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아시아증시가 대부분 하락했다.

뉴욕 호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증시가 힘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글로벌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는 뉴욕증시가 떠도 아시아증시의 동반 상승기세가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뉴욕증시 하락시 아시아증시가 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한다.

중국 상하이 및 선전지수처럼 미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3일 연속 하락하며 연저점 경신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바로 디커플링 위협 요인이다.



실제 코스피시장에서 거래하는 애널이나 펀드매니저의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심각한 비관론에 빠져있다.
1400대에서 이중 바닥을 만든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육박하고 있지만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가 상승보다는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상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철강과 조선주가 폭락한 데 이어 어제 철강주가 또 급락한 것을 보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커녕 언제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추락할 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미증시가 상승반전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이끌기 시작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펀더멘털 분석을 하면 주식 매수로 손도 마음도 가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B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증시 주변에서는 자산운용사의 현금 보유비중이 2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여력이 충만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실상은 이와 딴판"이라면서 "보유 물량 추가 처분을 위해 증시가 오를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게 일부 운용사에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30%에 달하던 현금보유비중을 5%까지 줄인 자산운용사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10%를 넘은 현금보유비중을 향후 주가 상승시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 잡혀있는 곳이 있다는 것.
이는 지난달 이중바닥을 형성한 1500선이 확고한 바닥이 아니라 주가가 1200대로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펀드매니저는 "현재 팔고 싶은 물량이 수북한 데도 처분을 시작할 경우 주가만 빠질 뿐 보유물량 축소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급상황이 개선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8월 들어 처음 현·선물 동시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이 매수로 관점을 돌리더라도 국내 기관의 매수 동참보다는 고점 매도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발언이다.

이는 지난 2005년부터 외국인이 본격적인 보유물량 처분이 시작된 뒤 국내 플레이어가 외인 매물을 받아낸 것과 정반대 현상이 전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국인이 사도 예전처럼 '외인+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아니라 '외인 매수 대 국내기관 및 개인 매도'의 조합이 이뤄진다면 증시가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구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반적인 비관론 속에서도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주도주가 형성됐다.
삼성전자 (81,700원 ▲200 +0.25%)를 비롯한 전기전자 업종으로 외국인이 2000억원 넘게 순매수에 나선 점은 일단 긍정적인 대목이다.
대만증시에서 외국인이 이날도 1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지난 5월29일∼6월2일 이후 처음으로 3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

최근 코스피증시가 장중에조차 일관된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등 변동성이 상당한 점도 고민거리다.
전날 '전강후약'에 이어 이날 '전약-중강-후약'으로 장중 극심한 변화를 보이면서 불신이 꺼지지 않는 점은 그나마 저점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변동성이 전형적인 바닥확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1500선이 신뢰할만한 지지선임을 시사한 이후에도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단기 트레이딩 모델에서 매수와 매도 시그널이 좁은 구간에서 반복되고 있다"면서도 "지난 해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11월초∼12월초 사이에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결국 하락추세로 굳어진 것에 비추어 이번에는 상승추세로의 반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5일 이평선이 지나가는 1570선과 8월 들어 넘지 못하고 있는 1600선, 옵션시장 동향을 참조할 경우 200∼205(코스피 1560∼1600선)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방향성이 확보된 흐름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위쪽이 뚫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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