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銀 인수 긍정 신호 보았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8.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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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보완자료 제출 배경은

HSBC가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보완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론스타와 체결한 외환은행 매매계약 연장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론스타와 인수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인 HSBC가 자료를 제출한 것은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HSBC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과 관련해 긍정적 신호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헐값매각 재판 빨라지나=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0원 %) 매각 승인 검토 신호만이라도 보내달라던 HSBC의 태도가 돌변했다. 정작 매각 심사에 착수하자 이제는 인수가격을 문제삼고 있다.

지난해 9월 론스타와 체결했던 인수가격(주당 1만8045원)보다 현 주가(11일 종가 1만3500원)가 4545원 하락한 상태다. HSBC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인수가 대비 30% 넘게 뛰어 올라 부담스럽다.



HSBC는 인수가격을 조정 중에 있다며 계약 재연장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계약 파기 가능성도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 금융위에 외환은행 매각 관련 보완자료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HSBC가 매각 승인과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긍정적 신호의 진원지로 금융위보다는 법원쪽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위는 부정했지만, 양측은 조기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에서 론스타의 무죄가 밝혀진 만큼 론스타가 피고도 아닌 헐값매각 의혹 재판 때문에 매각승인 심사가 지체될 이유가 없다는 이유다.


특히 HSBC가 관련 재판 1심 결과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매각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통합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증인 신분으로 각각 29일과 다음달 1일 법정에 설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들의 출석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이들의 증인 채택 자체가 사실상 1심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양측이 9월 말까지는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매각 종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주도권 쥔 론스타= HSBC는 지난 3일 "현재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의 향후 진로에 대해 협의 중이며 적절한 시점에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가격 조정 협상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론스타가 가격을 깎아 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매각 승인이 지연될 것에 대비해 '일괄매각'(블록세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러 정황상 HSBC보다는 론스타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HSBC는 한국 소매금융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은행 인수전 뛰어들었다 두 번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 인수에 나섰다 뉴브리지 컨소시엄에 밀렸다. 2005년 제일은행 매각 때 재차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패했다. SCB가 33억 달러를 더 써냈다. 사실상 HSBC가 가격 문제로 인수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 번째 도전인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가격을 이유 삼아 기권할 경우 세계적 명성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며 "보완자료까지 제출한 상황에서 또 다시 가격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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