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그루지야 전쟁...결국 송유관 전쟁?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8.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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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송유관 안정적 공급 어려워질수도..

러시아ㆍ그루지야간 전쟁은 범 슬라브주의의 부활을 노리는 러시아와 이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미국 등 서방세계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구소련 체제의 완성자 스탈린과 페레스트로이카의 주역 세바르드나제 전 소련 외무장관의 고향인 그루지야가 미국과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며 불거진 국지적 갈등임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결국 부의 원천인 송유관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가 얽혀있다. 양측은 영토와 자국민 보호 등의 주권 문제라고 열을 올리지만 그루지야를 지나는 BTC 송유관이 주관심사임을 부인키 힘들다.

급락세를 지속하던 국제 유가가 전쟁 발발 소식에 상승세로 돌아선 이유도 원유의 안정적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된 때문이다.



카스피해와 지중해를 잇는 BTC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시작돼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지나 터키의 세이한에 이른다. 총 길이는 1776Km로 유럽은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고있다. 세계 원유 수요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그동안 BTC송유관을 통해 유럽은 원유 수급의 대 러시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러시아가 남오세티야 지원을 명목으로 이번 전쟁에 참여한 것도 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다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으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BTC송유관 운용의 앞날은 더욱 불안하게 됐다. BTC송유관은 그동안 터키 쿠르드 반군의 공격으로 안정적 수송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었다.

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나부코 가스관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EU는 이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국의 가스를 들여오기 위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나부코 가스관 건설을 추진중이다.


안정적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도 급락세에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1.27% 오른 116.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당장 그루지야의 석유 수출 시설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카스피해 인근 산유국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루지야 측은 러시아가 9일 BTC송유관을 직접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같은 날 러시아 폭격기가 흑해 연안 항구 포티를 폭격했지만 석유 관련 시설에 대한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 못잖게 얽혀있는 경제적 타산으로 인해 이번 사태의 해법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함께 안정적 하향세로 향하던 유가의 추이도 섣부른 예단을 금하며 다시한번 `불확실성`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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