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최대고민 '물가' 하반기 잡힌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8.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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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투자자들, 인플레이션 완화쪽으로 베팅 '선회'

상반기 세계 경제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해 하반기부터는 물가 압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 고조에 베팅했던 기관투자자들이 서서히 인플레이션 완화쪽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성장률 둔화속에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슈로더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스카멜은 3분기 중 물가 상승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증권들을 대폭 처분할 계획이다. 소비자 물가상승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지난 상반기 유가가 100달러를 넘자 지수연동형 증권들을 대량 매수해 인플레이션에 베팅한 전략에 집중했지만 하반기에는 이와 반대로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세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 기대 심리를 제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직도 매파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기 지표들이 일제히 약세 쪽을 가르키고 있다"고 말했다.

◇ 채권투자자들, 인플레 완화 전망...단기 채권 정리

슈로더의 전략은 소수 의견이 아니다. 리드·선버그앤코가 조사한 25개 펀드 매니저들(총 운용자산 1조4100억달러) 중 79%는 "올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이 둔화된 뒤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다.


블랙록의 브라이언 웨인스타인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꼭지에 왔다"면서 "단기 TIPS를 장기 상품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기적인 소비자물가 상승을 큰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7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월 보다 0.4% 상승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전달인 6월 상승률 1.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일반 국채와 10년만기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 격차는 지난달 2003년 이후 5년래 최대폭으로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10년만기 BEI(Breakeven Inflation Rate, 국고채수익률-물가연동채권수익률)는 정점 2.6%포인트(7월 4일 기록)에서 지난주 2.23%포인트로 낮아졌다.

마찬가지로 지난 6월 이후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은 0.8%로 상반기 4% 대비 큰폭 둔화된 반면 일반 국채 수익률은 상반기 0.1%에서 6월 이후 1.9%의 수익률을 냈다.

일본의 10년만기 BEI 역시 지난달 기록했던 0.59%포인트에서 지난주 0.22%포인트로 좁혀졌다.



◇ 성장률 둔화 전망 속출

인플레 완화가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성장률 둔화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지난 7일 유로존의 성장률이 3분기내내 특히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5일 FOMC에서 "노동시장 위축과 금융시장 위기가 성장률을 저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일본 역시 지난 6일 일본 경기가 확장국면을 접고 악화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지난 6월까지 일년간 47% 급등한 로이터제프리CRB 상품 지수는 지난달 12% 급락,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상품 가격 상승세는 물가에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었다.

DWS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체폴리스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의 웨인스타인은 "채권 시장에서 앞으로 6~12개월 동안 가장 비중있게 거론될 것은 세계경제성장률 둔화"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7%에서 크게 낮아진 2.7%를 기록할 것으로 하향했다.

◇ 유가도 잡힐 것



유가가 하락세로 급반전하면서 115달러 선까지 떨어지자 유가 100달러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유가가 연말까지 200달러 간다는 전망들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대신 100달러 전망이 대거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얼마 전까지 만해도 연내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던 전망들이 대세였다. 그러나 150달러에도 도달하기 불가능하다는 견해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신 브로딕 머니앤마켓닷컴 천연자원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애널리스트들이 다시 한목소리로 하락 쪽으로 돌아왔다"면서 "이는 올 들어 원유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가 단기에 110달러 혹은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난달 11일 사상최고가인 147.27달러를 기록했다. 1년전 유가는 72달러에 불과했고 5년전 유가는 32달러 수준이었다.

이처럼 하늘 모르고 오르기만 할 것 같던 유가는 8일(현지시간) 무려 115.20달러까지 떨어졌다. 1개월이 채 안된 기간동안 21.78% 폭락한 것.



미국 석유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원유 수요는 하루 2008만배럴로 지난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공급은 지난해 평균 3090만배럴에서 올들어 3243만배럴로 늘어났다.
성장률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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