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어"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8.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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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 정주영 회장의 일대극 연출 장두이 인덕대 부교수

"이봐, 얼른 일어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명한 한마디과 함께 서울시 월계동 인덕대학의 아정홀에서 연극연습이 시작됐다. 폭염의 날씨에도 20여 명의 배우들은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다음달 5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 오를 정주영 회장의 일대기 연극 '성공을 넘어'를 위해서다.

↑ 고 정주영 회장 일대기 연극 '성공을 넘어'의 연습현장↑ 고 정주영 회장 일대기 연극 '성공을 넘어'의 연습현장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장두이(56·인덕대 방송연예과 부교수)씨는 "여름휴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주영 회장에게 푹 빠져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회장은 일제 말기부터 어려웠던 60년대 경제상황을 헤쳐나간 현대사의 역사적 인물입니다. 순전히 한 사람의 경제인에게 초점을 맞춰 연극으로 집중 조명한 것은 아마 처음일겁니다."

주최측인 선행칭찬운동본부의 의뢰를 받고 일주일만에 대본을 썼다는 그는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재미있게 그려내려고 했다.



"정 회장의 자서전 네 권을 읽으면서 연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 시대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불가능한 코미디언 같은 인물이지요.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데도 현장에 나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도 있고,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면서 한밤중에 인부들을 깨워 공사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장두이 인덕대 방송연예과 부교수↑ 장두이 인덕대 방송연예과 부교수
그는 '안되는게 어디있나, 해봤어?'라고 말하는 정 회장의 찰거머리 같은 집념과 담대함 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도 녹여냈다.

"위기의 순간에 정 회장의 아버지를 조언자로 등장시켰습니다. 안타깝게 죽은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위령제도 가상으로 설정했죠. 죽은 동생의 뒷바라지를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일을 통해서 정주영의 인간적인 포인트를 족집게로 집어냈습니다."


관객들이 즐겁게 웃다가도 어느새 찡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그의 눈빛에서 정 회장의 투철한 직업관과 불도저 같은 뚝심이 엿보였다. 그는 오로지 연극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자신의 인생 괘적이 정 회장과 일맥상통한 점이 많다고 했다.

"제 인생의 화두는 오로지 연극이었습니다. 제가 2대 독자 외아들이라 집안의 반대도 대단했어요. 사글세 단칸방에 살면서도 머릿속에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돈 한 푼 없이 1978년도에 미국으로 떠나 8년 동안 불법체류자로 지내는 동안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극을 배웠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산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는 그는 자기를 희생하면서 뛰어들 수 있는 열정과 장기적인 안목을 보여주고 싶단다.

"지금처럼 경제적 난국 속에서 정 회장의 삶을 통해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연극의 최종 목표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아버지 세대가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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