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침체 심화, 달러 모멘텀 커지나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8.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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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달러/유로 환율 2.08% 급락…유가 하락도 견인

지난 8일(현지시간) 달러/유로화 환율이 한때 1.50달러마저 이탈하는 등 달러화 강세 현상이 보다 강화되고 있다. 예상보다 심각한 유럽 경기 침체, 미국 증시 급등이 맞물린 결과다.

◇달러, 유로 대비 두번째 폭 상승
▲ 1월부터 현재까지 달러/유로 환율 변동▲ 1월부터 현재까지 달러/유로 환율 변동


8일 뉴욕외환거래소에서 달러/유로화 환율은 전일 대비 0.0319달러(2.08%) 하락하며 1.5005달러로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하락폭은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지 두 번째로 컸다. 특히 장중 한때 1.499달러를 기록하며 1.5달러선이 깨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일 1.5564달러를 기록했던 달러/유로화 환율이 일주일새 3.6% 급락하며 주간하락율로도 2005년 1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포린익스체인지애널리틱스인에섹스의 데이비드 길모어 외환전문가는 "하루만에 달러/유로화 환율은 0.05달러 하락했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투자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럽 경기 악화가 달러 끌어올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달러화 강세 현상 뒤에 유럽 경기 하락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더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리인상을 통해 유럽 내 경기가 악화될 경우 달러화 대비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지난달 초 ECB가 미 연방준비위원회(FRB)의 금리 인하 방침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면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금리인상 여파로 지난달 15일에는 달러/유로화 환율이 장중 한 때 1.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유로화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로존의 침체 위기감은 심화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5%를 기록하며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5%에서 마이너스 1%로 전환될 경우 유럽 경기침체가 가시권에 들어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국 경제도 위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삭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 ECB가 지난 7일 높은 에너지 가격과 글로벌 경기 하락으로 15개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유로화 가치는 급락세를 탔다.



◇인플레, 더이상 통화정책 핵심이슈 아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럽지역 내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 유로존 내 물가상승률은 4%를 넘어섰지만, ECB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대로 낮추고, 현제 기준금리인 4.25%도 올해까지만 유지한 뒤 내년부터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먼 데릭 뱅크오브뉴욕멜론인런던 통화담당수석은 "외환시장은 그동안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에 좌지우지 되어 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에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책이 개입할 여지는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강달러, 그루지야 악재에도 불구 유가 하락 주도해

유로화 대비 완연한 강세를 회복한 달러화는 이날 국제유가(WTI)를 배럴당 115달러대로 끌어내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날 유가는 무려 4.82달러(4.02%) 하락했다.

이 같은 강달러 앞에서 지난 8일 새벽 발발한 그루지야 사태는 유가시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루지야와 러시아간 전쟁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환 컨설팅업체인 카메론하노버인뉴카나안의 피터 뷰텔 회장은 "원유 수요 감소와 달러화 강세가 유가 하락을 주도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루지야 사태와 같은 돌발 악재에도 유가 하락세는 쉽게 꺾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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