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증시 상승 견인차 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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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악재에도 증시 견조하게 떠받쳐…추세시 증시 상승에 호재

배럴당 115달러대로 떨어진 유가가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가뿐만 아니라 옥수수, 은 등 상품 가격도 폭락하면서 증시 상승을 옆에서 도왔다.

패니매 실적 악화,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의 경매채권(ARS) 매입 결정 등 숱한 악재도 유가 하락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움직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302.89포인트(2.65%) 폭등한 1만1734.32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39%, 2.48% 상승했다.

이러한 증시 폭등을 가능케 했던 것은 유가의 폭락 때문이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인도분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4%(4.82달러) 하락한 배럴당 115.20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는 지난달 11일 기록한 사상최고가인 147.27달러에서 21.78% 하락, 이미 베어마켓에 들어선 상황이다.



유가가 하락세로 자리잡은 근본 원인은 투기세력들이 더 이상 유가 강세에 베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세력들이 원유 등 상품 시장을 떠나 달러 매수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달러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강세는 뉴욕 증시의 대외 매력을 부각시켜 해외 증시 투자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2.08% 급락한 1.5005달러로 장을 마치며 1.4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이 당분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상 대신 경기부양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도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제프리스CRB 상품지수도 달러 강세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으로 4개월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19개 주요 원자재로 구성된 CRB지수는 전날보다 12.12포인트(3%) 급락한 387.42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일 이후 최저치로 지난달 3일 기록한 473.97에서 무려 18% 떨어진 것이다.

특히 이날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사실은 겹겹이 쌓여있던 악재들을 뚫고 상승했다는 점이다. 씨티그룹과 메릴린치는 뉴욕 검찰 당국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각각 75억달러, 100억달러 규모의 경매채권(ARS)을 고객들로부터 되사기로 했다. 골드만삭스, UBS,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줄줄이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ARS 마저 상각해야하는 또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패니매도 예상의 3배나 되는 끔찍한 손실 규모를 발표했다. 패니매는 2분기 순손실이 23억달러(주당 2.54달러)로 팩트셋리서치가 집계한 예상 손실인 주당 91센트의 3배에 가까웠다.

그러나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이 뉴욕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란 믿음은 이 모든 악재를 잠재워버리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살펴볼때 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할 경우 증시는 그동안 부진을 딛고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증시 리서치 책임자인 에릭 그린은 "상품가격에 제동이 걸린 점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바꾸고 있다"면서 "이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빌 킹 M. 램지 시큐리티즈 시장 투자전략가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매수세 강화는 중앙은행들의 관심이 경기부양으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경향에 따라 금리가 인하될 경우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켜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퍼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최고경영자(CEO)인 버니 샤퍼는 "시장은 패니매, 프레디맥, AIG 등 악재들을 소화해내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유가 하락이라는 촉매가 없이 랠리가 이뤄져야 비로소 추세상의 반등이라는 확신이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증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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