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②]부산·대구 등 안방서 미분양 덜미

더벨 이승호 기자, 길진홍 기자 2008.08.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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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택건설사]주택 비중 50%이상..재건축서 일반분양 늘려 '미분양 속출'

이 기사는 08월08일(20: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고급 아파트로 알려진 롯데건설의 '캐슬'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999년 호텔같은 아파트를 짓겠다며 '캐슬'이란 브랜드로 고급화 전략을 폈다.



한창 잘나가던 롯데건설의 고급화전략은 부동산 경기 하락과 함께 삐걱거리고 있다. 미분양이 늘고 있고, 텃밭과 다름없는 부산과 대구에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특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 비중을 늘렸고, 이로 인해 미분양이 대거 늘었다.

◇고급화 전략 재개발·재건축 수주 주력



롯데건설은 지난 2000년 이후 재개발과 재건축 수주를 통해 택지를 확보했다. 고급화 전략으로 롯데캐슬이란 이름에 웃돈이 붙으면서 서초동, 대치동 등의 강남권 노후 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쉽게 따냈다. 2006년 이후에는 지방 재건축 사업장 수주에 주력했다.

롯데건설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만1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다.올해도 연말까지 17개 사업장에서 1만1461가구의 아파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수주잔고도 넉넉해 2008년 3월말 현재 5조2328억원의 일감을 확보해 놓았다. 청주 사직주공, 대구 중리주공, 평택 서정주공 등의 재건축을 비롯 서울 회현동 주상복합, 울산 남구 롯데아파트, 대구 수성동2차아파트 등의 주택 공사가 2011년까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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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미분양 물량 중 86% '텃밭' 부산·대구에 집중

롯데건설의 사업 안정성은 수치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매년 1만 가구가 넘는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오고 있고, 일감도 풍부하다.

그러나 전체 매출액 대비 지나치게 높은 주택사업 비중은 위협이 되고 있다. 2008년 3월 현재 자체 분양사업을 포함한 건축공사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7%에 이른다. 여기에 SOC, 리조트 개발 사업을 제외한 순수 주택사업 비중은 50%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주택사업 위주의 매출구조는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과같은 침체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롯데건설은 6월말 현재 전국 14개 사업장에서 1만357가구 중 1778가구의 미분양을 끌어안고 있다. 미분양율은 17.2%로 높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미분양 물량중 86%인 1545가구가 부산과 대구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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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지난해 11월 준공한 사하구 다대동 롯데캐슬몰운대 2차의 111가구가 비어 있다. 이 곳은 분양가의 60%까지 대출을 알선, 2년간 이자를 대납해 주고 있다. 하지만실제 입주율이 절반을 밑돌면서 청약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본리동 무궁화아파트를 헐고 지은 롯데캐슬 무궁화아파트는 입주일자가 지났는데도 45가구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

◇재건축 사업장에일반분양 늘려 패착

롯데건설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건축과 재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재개발, 재건축은 조합원 물량이많아 미분양 부담이 비교적 적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분양 비중을 높였고, 결국 미분양을 대거 양산했다.

부산 엄궁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엄궁동 롯데캐슬리버는 28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1852가구를 분양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인 935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다.

대구에서는 중리동 중리롯데캐슬(중리주공 재건축) 135가구, 본리동 본리2차 롯데캐슬(능금아파트 재건축) 142가구 등이 미분양이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대구 평리동 사업장도 이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사업임에도 조합원 물량은 249가구에 불과하고, 일반분양 물량은 1032가구가 넘는다. 리스크가 높은 재건축 사업이 될 우려가 높아진 셈이다.

지방에서의 분양사업 부진은 당분간 롯데건설의 사업 안정성에 지속적인 위협이 될 전망이다. 자체사업인 천안 청당동 1099가구의 대단지 분양도 공급 과잉의 암초가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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