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사장 '해임안' 통과‥향후 전망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8.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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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제구인 나설 듯‥해임될 시 '면직' 조항 따로 없어 위법성 논란 예상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요청안'을 8일 가결함에 따라 정 사장 강제 구인 여부 등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이 감사원의 해임요구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양측의 '합법성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 정 사장 강제구인 가능성 높아져

KBS 이사회에서 정 사장의 해임요청안이 가결되면서 검찰이 조만간 정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사장이 '언론사 사주'란 점을 의식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던 검찰이 부담감을 덜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검찰 내부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 사장을 강제 구인해야 한다'는 '강경기류'가 팽배한 상황이어서 정 사장 강제 구인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강제구인에 대한 최종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5차례에 걸쳐 정 사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정 사장은 모두 불응했다.

한편 정 사장은 2005년 법인세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최대 3431억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56억원만 돌려받고 소송을 취하해 KBS에 최대 28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정확한 배임 액수를 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감사원 '해임요구' 정당성 여부 논란

정 사장이 감사원의 해임요구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감사원의 해임요구가 정당한 것이었는지, 객관적 판단이었는지에 대한 문제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5일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의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KBS를 감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적자 누적'과 '방만 경영', '인사 전횡', '회사손실 초래'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정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현행 감사원법에는 '현저한 비위, 즉 금품수수나 횡령, 배임 등을 통해 부당한 이득 등을 취한 경우 또는 성폭력 범죄와 같이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은 파렴치 범죄를 범한 경우'에 한해 공기업 임원에 대한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 측은 "KBS가 국민의 재산으로 운용되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방만 경영 등도 비위로 볼 수 있고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사장 측은 단순한 경영적 판단과 행위를 '비위'로 몰아가는 것은 초법적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정 사장 해임을 요구한 근거가 합당한 것인지, 과연 정 사장이 해임 조치될 만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비위'란 뇌물수수 등 개인 비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적자누적과 방만경영 등은 경영상 문제이기 때문에 비위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이 정 사장에게 '배임혐의'를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과연 경영적 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법리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와 해임요구에 대해 정 사장은 7일 서울행정법원에 '감사원의 해임요구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정 사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백승헌 회장은 "감사원의 해임요청은 KBS 이사회에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자신의 지위에 문제가 생기게 됐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감사원의 해임요구가 행정처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 방송법 '면직' 조항 없어‥'합법 vs 위법' 법리공방 예상

이사회의 해임 요청에 따라 대통령이 정 사장을 전격 해임, 정 사장이 '해임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경우에도 '위법성'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지난 2000년 제·개정된 현행 방송법은 옛 방송법과는 달리 제50조에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면직 조항이 없어서다.

특히 이사회의 권한을 규정한 제49조에도 '사장·감사의 임명 제청 및 부사장 임명 동의'만 있을 뿐 해임권고 결의안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사회의 해임 요청에 대해 '월권' 논란이 일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사장 변호인단은 "KBS사장은 법에 임기가 보장된 경영자로서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데다 국가공무원법의 적용도 받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대로 해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변호사는 "대통령의 KBS사장 임명권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해임권까지 포함돼 있다고 봐야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정 사장 측은 "방송법상 대통령에게는 KBS 사장에 대한 '임면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임명권만 부여돼 있다"며 "이는 권력교체에 관계없이 사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법기관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행정기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바뀔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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