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정부"…재건축 시장 '싸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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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서울 올들어 하락폭 최대…규제 완화 발표 효과 없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올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초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규제완화 소식 직후 잠시 꿈틀댔던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3일 만에 얼어붙었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이미 수차례 노출된 재료여서 구체적인 시행 범위·시기가 확정되지 않는 한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고 있어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재건축아파트값이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달새 0.61% 뚝…강남권 일제히 하락=7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재건축아파트값 변동률은 0.61% 하락했다. 이는 올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월별 서울 재건축 매매가 변동률은 △1월 0.11% △2월 0.11% △3월 0.03% △4월 -0.18% △5월 -0.40% △6월 -0.06% 등이다. 올초 재건축아파트값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소폭 상승했지만 점차 변화없는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4월부터는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권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3.76%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2.09%) 강남구(-1.57%) 서초구(-0.29%)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단지별로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비교적 많이 빠졌다.

◇"양치기 정부"…시장은 시큰둥=재건축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두루뭉술한 규제완화 재료가 더 이상 시장에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걸핏하면 '재건축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팀장은 "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만 되풀이할 뿐 시행 범위나 시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규제 완화 발표는 시장에서 대접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남의 한 중개업자도 "알맹이 없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에 이제 신물이 난다"며 "이명박 정부 끝나기 전에 풀어줄 생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비꼬았다.

세제·대출·거래 규제에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가 겹친 것도 재건축아파트값 하락 요인이다. 재건축아파트는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많아 금리, 경기 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다 금리까지 계속 올라 재건축 투자자들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격 하락 우려가 커 섣불리 재건축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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