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누른 삼성硏의 소신 전망

뉴욕=김준형 특파원, 양영권 기자 2008.08.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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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 "200불 간다" vs 세리 "100불 이하로"

삼성경제연구소(SERI) '족집게' 유가 전망이 화제다. 연구소는 지난 4월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하는 포럼을 통해 "조만간 유가가 급락해 내년엔 배럴당 60~7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는 국제 유가가 140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던 암울하던 때였다. 특히 세계 최고의 금융인재들이 모이기로 유명한 IB의 명가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5일 유가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6~24개월안에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예상은 ‘유가가 이미 150달러에 바싹 다가섰는데 200달러까지 못 오르겠느냐’는 부정적 견해를 확산시키며 세계 경제에 ‘쇼크’를 줬다.

그로부터 불과 2~3개월 남짓한 사이 유가는 1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118.58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11일 사상최고치인 147.27달러에 비해 20% 가까이 급락한 것.



유가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시장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유가 거품론'에 힘이 실리며 연내 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100달러 12월물 풋옵션 미결제약정은 최근 6주간 두 배로 증가했다. 이는 유가가 12월 옵션 청산 시점에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두 배로 늘었다는 의미다.

배럴당 110달러 12월물 옵션도 풋옵션이 3만6219계약으로 콜옵션 1만267계약을 3배 가량 웃돌았다. 12월 옵션 청산 시점에 유가가 11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투자자들이 유가가 110달러 이상일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3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때맞춰 유가 하락을 전망하는 해외 기관이 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가 전망 기관인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달말 올해 4분기 중에 유가가 79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IB인 리만브라더스도 연내 유가가 93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원유 수요가 줄기 시작하고 상품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을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CT)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시장에서는 17개월만에 처음으로 헤지펀드들의 매도 포지션이 매수 포지션을 앞질렀다.

유가가 150달러 부근에서 120달러 밑으로 하락한 현 시점에서 한국의 삼성경제연구소가 골드만삭스보다 유가 전망이 더 정확했다는 중간 판정을 내려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삼성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유가가 금융 요인 때문에 급하게 상승한 만큼 거품도 빠르게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돌발 변수만 없다면 올해 안에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현재까지 유가가 상승 추세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는지는 전문기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며 "다만 유가가 급등세에 있던 6~7월에 비해서는 하향 안정을 예상하는 기관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가가 내림세를 이어갈지, 오름세로 돌아서 결과적으로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이 삼성경제연구소보다 더 정확했던 것으로 판가름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의 소신 전망이 현재 국제 시장에서 더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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