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기준금리 인상 "물가 우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08.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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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한은총재 "이정도 인상이 경기억제 안해"

한국은행이 1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내수경기 악화우려보다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5.00%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5.25%로 결정했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여수신이율'을 개정하고 총액한도대출금리를 연 3.25%에서 연 3.50%로 인상해 이날부터 시행키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5.00%로 0.25%포인트 인상된 지 1년 만에 조정됐다. 이번 금통위의 금리결정은 경기둔화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지만, 물가상승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1년만에 기준금리 인상 "물가 우선"


실제로 이날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높은 물가상승세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으로 연결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뜻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5.9%까지 높아졌는데 8, 9월에도 만만치 않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몇 달동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 같다"고 우려감을 보였다.

지난 7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9% 증가, 지난 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근원인플레이션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6%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영향에 대해 이 총재는 "소비촉진 또는 경기부양에는 억제적이나 지금처럼 실질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이 경기에 억제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그는 "국제 금융시장과 원유시장 동향, 국내 실물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달 이후 예견돼 왔다. 이성태 한은 총재(사진)는 지난 7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가 높아지는 정책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한은의)본질적인 임무(물가안정)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내수경기가 악화되더라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차단하는 등 적극적인 물가안정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하반기 통화당국의 긴축기조는 소비자물가가 목표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질 때까지, 또는 내수경기 악화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완화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국내 경기가 '수출호조-내수부진'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이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은 부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산업생산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국제유가의 하락에도 불구,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파급영향으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원자재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품목의 상승률이 높아진데다 농산물 가격이 계절요인 등으로 상승 반전했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포착하는 근원인플레이션도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은 우리경제가 내수부문의 부진을 계속 겪겠지만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함에 따라 지난 7월 초 전망한 성장경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 물가는 고유가의 파급효과 지속,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상당기간 목표범위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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