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스스로 준비하는 자율 분만

김문영 관동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2008.08.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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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병원과 함께하는 엄마.아빠 프로젝트<19>

20세기 중엽 의학의 발달로 산과 영역에도 현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도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었고, 이러한 추세로 의사는 물론 임산부들도 병원 내에서 의사의 통제 아래 분만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분만이라고 여겼다.

이는 임산부와 태아의 위험은 현저하게 감소시켰으나 여성 스스로 출산하는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다. 병원 분만이 보편화되면서 임산부의 자율성과 편의는 무시되었고, 오로지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과 의사의 편의만을 고려한 분만기구, 약물투여가 일반화되었다. 특히 수액요법이나 태아감시장치는 임산부의 분만자세를 더욱 고정화시켰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러한 경향에 대한 반성으로 출산은 임산부의 권리이고 그 주체가 임산부라는 자각을 함으로써 출산문화의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되었다. 의식의 전환이란, 산통은 고통과 괴로움이기 이전에 출산에 꼭 필요한 에너지임을 인식시켰고, 다양한 분만방법을 모색하여 임산부로서 하여금 분만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국내에서도 1999년부터 Gentle Birth란 개념이 대두되었고, 분만기술이 아니라 분만 환경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분만 방법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제일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들여와 호응을 얻고 있는 소프롤로지식 분만법이다.



소프롤로지식 분만법은 좌식 분만을 권장하면서 임산부들에게 복식 호흡을 시켜 통증을 경감시기는 분만법이다. 소프롤로지(Sophrology)의 어원은 sos-조화, 평온, 평안, 안정, phren-심기, 영혼, 정신, 의식, logos- 연구, 논의, 학술이란 의미를 갖는 그리스 어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 1960년에 스페인 마드리드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Alfonso Caycedo 박사에 의해 창안된 것이다.

힘든 심신의 여러 가지 조건에서 생긴 인간의 의식 변화를 연구하여 그 와중에도 정신의 평안과 안정, 조화를 얻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앞서는 낯선 환경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불안과 통증을 이겨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소프롤로지식 훈련을 받은 임산부들은 출산 전에 연습한 호흡과 근육이완을 통해 의식을 변화시켜 극한 상황에도 심신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이에 궁극적으로는 의식이 육체의 통증을 다스림으로써 극한 상황을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의 평안과 안정, 조화를 얻는 방법으로 서양의 훈련법인 Jacobson의 점진적 근육 이완법과 Schultz의 자율훈련법을 동양의 훈련수기인 요가와 선에 절묘하게 배합시킨 훈련양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소프롤로지식 분만은 좌식 분만의 자세를 취하여 산도를 충분히 열어 분만시간도 단축시키고 또한 회음부 열상의 빈도 및 통증도 줄이는 효과를 갖게 된다. 실제 분만 장면 역시 감동으로 충만 되어 있으며 매우 조용하고 평화스럽다. 실제 소프롤로지식 분만법을 교육받고 분만에 임하는 임산부들은 임신 기간 중에 조화로운 생활하고, 분만 중에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분만을 조절을 할 줄 알고, 출산 후 모성으로서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한다.

분만체험의 기회가 적어진 오늘날, 분만을 준비하는 우리 모든 임산부들은 소프롤로지식 분만법을 통해 분만의 모든 것을 병원에만 맡기려는 방관자적인 입장이 아닌 내가 주인이 되어 진통과 분만을 준비하고 조절하여 분만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모성을 향한 꿈을 한번쯤 꾸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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