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 지배구조리스크에 인한 마진 훼손

김일태 VIP투자자문 애널리스트 2008.08.20 08:42
글자크기

[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이야기

한국컴퓨터 (0원 %)는 지난 2002년 12월 한국컴퓨터지주 (0원 %)가 출범하면서 금융부분이 분할돼 설립됐고 2006년 12월 코스닥에 등록했다.

영업점통합단말기, 통장프린터, 각종 카드발급기, ATM/CD기, 무인공과금수납기 등 금융단말시스템과 유무인 마권발매기, 스포츠토토 복표발매기 등 특수단말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개발용역 및 유지보수 등의 사업도 병행한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비중을 보면 통장프린터 15.7%, 통합단말기 15.8%, 금융단말기 12.9%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카드발급기 10.7%, CD기 4.5%, 특수단말부분 2.4%이고, 개발용역 및 유지보수 등의 용역매출이 22.6%다.

▲한국컴퓨터 매출비중, 2007년 말 기준▲한국컴퓨터 매출비중, 2007년 말 기준


이 중 금융단말기는 은행계원용 단말컴퓨터인데 35%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엔시스가 약 24%로 2위다. 통장프린터는 55%의 시장점유율로 1위이며 마권발매기와 복표발매기는 독점생산하고 있다.



◆영업에서의 경쟁심화

금융단말분야에서 창구단말기, 통장프린터, 카드발급기, 현금자동지급기 등의 하드웨어 제품과 지능형순번대기시스템(IQS), 웹단말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또 계열사인 한네트에 CD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 외 무인공과금 수납기와 지능형창구안내시스템, 텔러ATM기 등 은행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동화기기를 공급한다.

일반적으로 금융단말 시스템은 돈을 다루는 제품이다 보니 거래의 안전성을 생명으로 하고 막대한 교체 비용이 드는 데다 거래상대방인 은행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신규 시장참여자가 진입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 등 대기업 계열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인해 시장점유율 및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수단말기의 경우 한국마사회가 1999년 추진한 마권발매기 국산화 프로젝트 입찰을 수주해 2000년 개발을 완료했고, 2001년부터 유인발매기 납품을 시작했다. 2002년에는 무인발매기와 무인환급기 개발에 성공해 한국마사회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스포츠TOTO 복표발매기 국산화에 성공해 납품을 시작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5년 일본 J-TOTO 단말기 공급업체로 선정돼 약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용역매출 증가는 긍정적



기기 제조업체인 한국컴퓨터는 교체주기에 따른 실적변동성을 줄이고, 은행의 아웃소싱 증가에 따른 수혜에 참여하기 위해 서비스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유지보수 및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 이러한 용역매출은 단말기 매출이 성장함에 따라 같이 누진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유지보수 매출비중 추이를 보면 2004년 17.89%, 2005년 20.72%, 2006년 14.46%, 2007년 3분기 24.4%로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6년 매출비중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이유는 마권발매기 65억원, J-TOTO 25억원, 특수 카드발급기 80억원 등 단말기 판매부분에서 초과수요 170억원 가량이 발생한 데 따른 착시현상이다. 향후에도 유지보수 및 용역매출의 증가는 단말기 교체주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돼 긍정적인 부분이다.
한국컴퓨터, 지배구조리스크에 인한 마진 훼손
◆계열사 부동산 매입으로 인한 현금소진

한국컴퓨터는 2008년 2월 계열사인 한컴에셋매니지먼트와의 부동산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계열사인 한컴에셋매니지먼트가 소유한 서울 마포 일대의 부동산을 173억원에 매입하였다. 173억원은 2007년 말 기준 한국컴퓨터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자산의 56%에 해당하는 수치이고, 이익잉여금 152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즉 이 회사는 지금까지 영업을 통해 벌어놓은 이익잉여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계열사의 부동산을 사주는 데 사용했다는 결론이다. 결국 이로 인해 2007년 88.1%의 폭탄배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시가총액의 50%를 능가하는 현금성자산에서 나오는 안전마진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열사 부동산을 매입한 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컴퓨터가 2006년, 2007년에 걸친 영업호조로 축적한 현금과 상장차익을 소액주주들을 배제한 채 계열사를 통해 대주주에게로 곧바로 귀속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부동산 거래를 통해 한국컴퓨터는 현금 173억원을 유형자산으로 바꾸게 되고, 반대로 계열사인 한컴에셋매니지먼트는 유형자산처분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한컴에셋매니지먼트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컴퓨터지주는 그 이익을 고스란히 배당 내지 지분법으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금이 대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동안 소액주주에게는 의도와 관계없이 계열사의 유형자산만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컴퓨터는 부동산 취득의 목적이 사옥구입과 부동산 임대수익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현금가치 대신 부동산가치가 발생, 이자수익을 초과하는 임대수익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시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도 있으나, 보유현금을 일반주주를 배제한 채 계열사를 통해 대주주에게로 귀속시켰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이러한 지배구조 리스크의 재현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케이씨티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