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벤츠를 버리고 스쿠터를 타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0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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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벤츠를 버리고 스쿠터를 타다


헤드헌팅 회사인 콘/페리 인터내셔널의 웨스 리처드 이사는 캘리포니아주 애서튼의 집에서 8km 떨어진 레드우드시티 사무실로 출퇴근할때 항상 벤츠 E500을 애용했다. 레드우드시티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산호세와 지척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그는 최근 1년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출·퇴근시 스쿠터나 경차 스마트를 이용하고 있다.



리처드는 최근 그의 벤츠 자가용과 부인의 벤츠 R35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피아지오 스쿠터와 벤츠에서 만든 스마트,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로 바꿨다.

리처드는 "더 이상 벤츠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면서 "예전에는 주유를 위해 매번 90달러 이상을 썼는데 최근 경차와 스쿠터로 바꾼후 평균 28달러밖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스쿠터를 타면 기름 10달러 어치로 1주일을 버틸 수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급등은 실리콘 밸리의 출퇴근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구글과 주피터네트웍스 같은 기업들의 경영진들 마저 고급 승용차를 포기하고 회사 셔틀버스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벤츠를 버리고 스쿠터를 타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돌아보면 헬멧을 쓰고 스쿠터를 타고 있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새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과거 자가용을 몰고 다니다 기름값 부담 때문에 리터당 35~45km를 달릴 수 있는 스쿠터로 교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스쿠터 판매량은 올 상반기 66% 급등했다.


오드리 햅번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와 유명해진 이탈리아의 스쿠터 베스파의 미국내 판매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전년동기대비 105%, 147% 증가했다.

이 같은 출퇴근 문화의 변화는 캘리포니아주의 비싼 휘발유 가격이 일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휘발유 가격은 알래스카, 하와이에 이어 미국 내에서 3번째로 비싸다.



6일(현지시간) 기준 휘발유의 갤런당 가격은 4.189달러로 1년전보다 39%나 상승했다.

존 굿윈 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유료 다리의 차량 통행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전년동기보다 4%나 줄어든 것이다.

구글의 통근 셔틀버스 이용객수는 지난 1년간 30%나 증가했다. 현재 1600명의 직원이 150대의 통근 버스를 매일 이용하고 있다. 구글의 통근버스는 88km 떨어진 콘코드 지역까지 제공되고 있다.



주피터네트웍스의 교통프로그램 이용자 역시 3개월전에 비해 신청자수가 배나 늘었다. 사라 소렌센 대변인은 "회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 대중교통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카풀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피터네트웍스는 또 직원들의 재택근무도 허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90%의 직원들은 출근하며 나머지 10%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매년 일정기간을 나눠 10% 정도의 시간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위해 화상회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팔로 알토의 노스웨스트 벤처 파트너스는 회상 회의를 통해 직원들이 집에서 근무하는 대신 회의를 통해 업무 진척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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