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한 손자의 노력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8.08 12:21
글자크기

[2030일과꿈]종군위안부 사진전 연 美 고교생 이경욱 군

"이번에 전시한 작품 중에 할머니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사진이 있어요. 제가 미국에 가있었던 올해 3월 돌아가셨는데, 보고싶어도 다시 못 뵙는다는 생각에 자꾸 그 사진을 보게 돼요."

↑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할머니 ⓒ이경욱 ↑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할머니 ⓒ이경욱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전시대에 지난 1일부터 종군위안부 사진전을 열고 있는 미국 유학 고교생 이경욱(18·사진)군. 그는 '못다핀 꽃'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한 18점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소개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할머니께서 기분이 안좋으셨어요. 사람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가니까 당신께서 기념물이 된 것처럼 느끼셨을 수도 있고, 과거의 치욕감이 남아있으셨나봐요. 찍지 말라고 얼굴을 가리셨는데 연출되지 않았던 그대로의 장면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한 손자의 노력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 캘리포니아 페어몬트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이군은 지난 해 3월 미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문제가 불거질 때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7월 여름방학 때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던 기억을 가지고 계시니까 말도 없으실 줄 알았는데 옆집 할머니랑 똑같더라고요. 절 손자처럼 잘 대해주셨어요."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할 할머니들이 위안부 피해자로서만 비쳐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할머니들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시회는 미국 학교에서 먼저 열었는데 선생님과 일본인 친구들도 다 보러 와주어서 정말 뿌듯했죠."

사진전을 시작으로 그는 한인학생들과 함께 떡볶이와 배지를 팔아 100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모금액은 나눔의 집에 전액 기부했다.  
↑ 사진을 보며 사색에 잠긴 할머니 ⓒ이경욱↑ 사진을 보며 사색에 잠긴 할머니 ⓒ이경욱
5일까지 계획됐던 사진전은 반응이 좋아 오는 10일까지 계속되고 이후 서울 인천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귀국한 그는 현재 유학생 친구들 5명과 30분 분량의 종군 위안부 다큐멘터리도 제작하느라 바쁘단다.


"전쟁 자료와 재판 증언을 구했고 조만간 부천의 야인시대 세트장에서도 찍으려고 합니다. 제작이 완료되면 오렌지 카운티의 96개의 고등학교에 배포할 예정이에요. 한국어로 번역해서 한국 고등학교에도 보내고 싶어요. 기회가 닿으면 상영회도 열 생각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