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 착수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HSBC의 태도변화가 눈에 띈다. 정작 심사에 착수하자 공공연히 계약파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HSBC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난해 9월 계약 체결 당시 인수가격은 주당 1만8045원으로 당시 종가(1만4600원)보다도 23.6% 높았다. 하지만 계약만료일 하루 전인 7월 30일 종가 1만3250원를 기준으로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자산가치) 인수가 대비 33.7%나 뛰어올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적어도 양측은 금융위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러나 HSBC 입장에서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한푼이라도 가격을 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것 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용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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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 결과가 10월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계약 파기 가능성을 흘리면서 헐값 매각 재판 여부와 관계없이 인수를 승인해달라는 압박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유있는 론스타=론스타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외환은행 분할매각설이 흘러나오지만,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외환은행의 총발행 주식수는 6억6000만주 가량. 이중 론스타의 보유주식은 이 3억2000만주가 넘는다. 이를 시장에서 매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농협 등에서 산다고 해도 대주주가 되는 쪽은 한 곳"이라며“10%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1조가 넘는 돈이 필요한데 외환은행의 전략적 투자자로 남는 걸 감수하며 그런 자금을 쓸 수 있는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론스타는 하루라도 빨리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고 싶어하는데 다른 인수자를 찾는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기약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인수자를 찾아나서는 것 역시 부담스런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