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외인 돌아오면 뭘 살까?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8.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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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순매수 전환 어렵다" 중론속 IT·금융주 선취매

외국인이 6일 코스피시장에서 8월 들어 첫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금액은 500억원을 넘고 있다. 하지만 '가뭄에 단비'처럼 뿌려지는 외국인의 순매수에 코스피시장은 큰 폭으로 오르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2% 동결과 국제유가(WTI 기준)의 배럴당 120달러 하회 등 '쌍끌이 호재'에 외국인들도 모처럼 매수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국내증시의 상승세를 돕고 있다.



외국인들은 6일 오전 11시 현재 516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집중하는 업종은 전기전자와 은행이다. 전기전자와 은행을 각각 289억원과 156억원을 순매수중이다.

금융은 FOMC의 금리동결 영향으로 미국 금융주의 급등과 연계된 매수라는 분석이다. 전기전자는 국내 대표업종이라는 측면에서 컴백시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있다.



하루의 단비로 메마른 대지가 적셔질 것 같지는 않다. 변덕 심한 날씨처럼 악재가 전해지면 외국인들이 '팔자 우위'로 나설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과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의 안정이 이어지면 팔기만 하던 외국인들도 국내증시를 외면하기만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올들어 외국인들은 6일까지 148거래일 가운데 41거래일을 순매수했다. 거래일별 순매수 비율은 30%가 되지 않는 27.7%이다.


장이 열린 열흘 가운데 7일은 내다팔고 단 3일 가량만 사들였다는 계산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국내증시가 1537선에서 1901선까지 반짝 랠리를 이어가던 3월부터 5월말까지 집중돼 있다. 6월 이후에는 4번만 순매수를 보이면서 그동안 비관적인 분위기를 내비쳤다.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2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시기는 2월4일(2657억원)을 제외하고는 3월~5월 사이 12거래일로 편중돼 있다.



이들이 대규모 순매수를 벌이면서 국내증시도 '반짝 호황'을 누린 셈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매수 집중은 미국의 신용경색 위기가 완화되던 때이다.

미국의 신용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나타내면서 외국인들도 국내증시에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올 들어 최대 규모인 5342억원을 순매수한 지난 3월19일 코스피지수는 종가기준으로 1622를 기록하며 연초 이후 하락세에서 1600선을 재탈환, 반등의 기반을 다졌다.



FOMC의 금리동결과 국제유가의 하락을 비롯한 상품가격 안정 등 그동안 국내증시를 괴롭힌 악재가 조금이나마 걷혀가는 국면이 지속된다면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며 다시 한번 '우상향'을 노릴 기회는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외국인들의 이날 매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

민상일 한화증권 (3,300원 ▲35 +1.07%)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미국 신용위기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증시의 근본적인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가 촉발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매도세 둔화는 뚜렷해졌지만 2005년 이후 이어져온 매도 우위추세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외국인들이 '판돈'을 세게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재빠르게 개선되는 미국의 금융위기와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이 자리를 잡으면 외국인들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김성봉 삼성증권 (44,650원 ▲1,150 +2.64%) 연구원도 미국 신용위기와 물가안정 등 지표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정도가 아니면 외국인들의 '컴백'이 어렵다는 관측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국내증시보다는 더욱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의 매수도 재차 이들 신흥시장에 몰릴 공산이 크다"며 "국내시장에서는 그동안 '먹을대로 먹은만큼' 시황이 좋아진다 하도라도 급격히 매수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관망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현 시점은 적립식펀드의 정착화와 2010년 퇴직연금제도 시행, 연기금의 매수 확대 발표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에서 국내자본으로 자금이 이동되는 과정이 계속되는 전환기로 파악된다.

때문에 국내 주식수요가 늘어나는 관점에서 외국인들의 물량을 받아야만 하는 시기다. 이를 고려하면 외국인들도 외환위기 이후처럼 대량 매수를 고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김 연구원은 국내증시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며 단기 반등시에 나타나는 외국인 매수세는 대차거래 청산에 따른 순매수로 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글로벌 환경이 6일처럼만 며칠 지속되면 외국인에 의한 증시 단기상승이 가능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 증권업에 몸담은 전문가들은 4일 정도만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면 곧바로 말을 바꿔 매수 리포트를 쏟아낼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IT와 금융의 우량 종목을 선취매하는 것도 단기장세에 좋은 대처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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