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리동결·인플레진정, 증시반등 계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0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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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 하루만에 악재→호재…금리 1%까지 인하 전망도

미국 뉴욕 증시가 5일(현지시간) 지난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걸쳐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점과 유가 급락이 이날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FRB의 이 같은 전망은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유가 급락은 전날과 정반대인 호재로 작용해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 인플레 우려 상당정도 덜었다

D.A.데이비슨&코의 시장 투자전략가인 프레데릭 딕슨은 "FRB의 발언은 유가 등 상품 가격 상승 압력이 상당정도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 "그리고 FRB는 새로운 위험 요소들을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완화 발언과 유가 급락이 이날 증시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다. 그리고 발표문은 경기침체 공포에 시달리던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급등함에 따라 FRB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우려해왔다.

유가도 한때 배럴당 118달러를 기록하는 등 3개월만에 처음으로 종가기준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하회했다. 국제 유가가 종가기준으로 120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 5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에 비해 2.24달러(1.2%) 떨어진 119.17달러였다.

◇ 유가 급락 하룻만에 호재로 돌변


특히 유가가 전날 급락했을때 시장이 하락한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전날 유가가 급락하자 증권시장은 경기악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날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위협을 더는 것이라며 시장의 환영을 받았다. 유가에 대한 반응이 하루 하루 틀린 것이다.

이날 반응이 틀려진 것은 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로 신용위기가 발생한 지난 8월 이후 3.25%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했다. 그렇기 때문에 2%를 유지함으로써 충분히 경기부양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시장을 주도한 것은 특히 소매업체, 은행, 항공관련주들이었다. 이들 업체들의 급등은 △ 금리동결 전망에 따른 경기 호전 기대감 △ 신용위기가 최악을 지났다는 안도감 △ 유가 급락에 따른 연료비 절감 기대 등이 작용했다. 반대로 원자재 관련주들은 유가 등 상품 가격 낙폭 확대에 맥을 추지 못했다.

◇ FRB 비둘기파로 전환? 금리동결 전망 대세

샤퍼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주식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스파크스는 "뉴욕증시는 FRB가 곧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안심하며 우호적으로 반응했다"면서 "FRB는 경기하강 위험을 더 크게 언급하며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시장 투자전략가인 브라이언 겐드로는 "유가가 인플레이션 위협을 야기하지 않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며 FRB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 역시 시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1%까지 낮출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템플턴 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출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금리 1%로 인하? 금융주 5% 급등

모비우스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FRB는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할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분명 기회지만 FRB가 실제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주들의 급등에 따른 위기 해소 시발점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날 S&P500 금융주지수는 5% 이상 급등했다. 애널리스트들은 UBS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 추가 손실을 잘 흡수할 것이며 추가 자본을 확충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점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일부 금융주들은 예상에 못미치는 부진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은 수출 호조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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