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심 청량제 '광화문 글판'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8.08.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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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개척 교보생명 창립 50주년 <下> 시선잡는 문화경영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 다 흔들이며 피었나니'(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中)

늘 번잡한 서울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에는 항상 시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교보빌딩 외벽에 내걸린 가로 20m, 세로 8m의 '광화문 글판'이 그것이다.



1991년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돼 올 여름편으로 55번째다. 그동안 계저이 바뀔 때마다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삭막한 도심의 청량제 역할을 해왔고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명물이 됐다.

외환위기로 전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고은 <길> 中)라는 메시지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2002년 봄엔 '푸름을 푸름을 들이마시며 터지는 여름을 향해 우람한 꽃망울을 준비하리라'(조태일 <꽃나무들> 中)이라는 글귀로 월드컵의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사람이 아닌데도 환경재단이 발표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돼 화제가 됐다.

지금도 새로운 글판이 내걸릴 때마다 네티즌들은 블로그를 통해 전국으로 퍼 나르고 신문 컬럼의 단골 주제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문화아이콘이다.


'용기를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는 시민들의 평가 속에 광화문 글판은 교보생명만의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광화문글판 2008년 여름편. 김용택 시인의 詩 '사랑'에서 발췌했다.↑광화문글판 2008년 여름편. 김용택 시인의 詩 '사랑'에서 발췌했다.


오늘날 교보생명이 문화기업의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교보문고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자회사인 교보문고는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친근한 '국민의 책방'이자 대표적인 지식문화기업이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연간 4000만명.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다. 인터넷 서점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20만명 가량이 방문하고 있다.

이런 교보문고가 광화문 교보빌딩 지하 1층에 자리 잡게 된 것은 고 신용호 창립자의 신념 때문이었다.

1980년 교보빌딩 준공을 앞두고 지하 1층은 임대요청이 줄을 잇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금싸라기 땅에 서점을 열기로 마음먹는다. 국민교육진흥이라는 창립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임직원들과 감독관청, 중소서적상의 반대에도 불구 신 창립자는 "사통팔달 이곳에 청소년들이 와서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하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사업이냐"며 뜻을 굽히지 않고 설득해 나갔다.

마침내 1981년 6월 교보문고가 개장되자 이곳은 곧 대한민국의 명소가 됐다. 2700평 매장은 단일면적으로 세계 최대규모였고 서가 길이는 무려 24.7km. 그야말로 광활한 '책의 숲'이었다.

현재는 전국 12개 도시에 교보문고가 세워져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코드가 됐다. 온라인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포괄한 지식문화 허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어느 기업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문화 브랜드를 창조해가는 일은 교보생명의 큰 자긍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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