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승률90% 확률게임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05 16:50
글자크기

유가하락은 분명 호재…FOMC 모멘텀 기대

증시 분위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초반 모처럼 상승시도를 펼치며 155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5일 이평선(1566p) 돌파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아시아증시 하락세의 파고에 함께 묻혀버렸다.

전날 폭락했던 조선업종은 이날도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185,800원 ▲2,500 +1.36%), 삼성중공업 (10,040원 ▼10 -0.10%), 대우조선해양 (31,300원 ▲700 +2.29%), 현대미포조선 (100,900원 ▲900 +0.90%)이 하락세를 고수하며 운수장비업종이 1.99% 떨어졌다.



수주계약 해지에 따른 전날 급락세를 과민반응으로 해석했지만 시장은 불안감을 전혀 씻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이후 5일간 운수장비업종은 무려 11.8%나 급락하며 지난 1월30일 기록한 연저점(1287.01)에 근접했다.

전날 조선업종이 폭격을 맞았다면 이날 증시에선 철강업종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었다.
시총2위인 포스코 (369,000원 ▼6,500 -1.73%)가 4.9% 하락한 것을 필두로 현대제철 (26,900원 ▼1,000 -3.58%), 동국제강 (8,010원 ▼110 -1.35%) 등이 희생양이 되면서 철강금속업종이 5.28%나 추락했다. 철강금속업종의 사흘간 낙폭은 10%에 달한다.



이날 외국인이 지난 6월12일 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최대규모인 5634억원의 주식 순매도에 나섰는데 철강금속과 운수장비 업종에 대한 순매도가 각각 1000억원을 상회했다.

투신권이 4105억원을 순매수하면서 4347억원의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를 이끌고 비차익거래도 1609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5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펼쳤지만 공격적인 외인 매물 앞에서 프로그램 매수는 역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실적개선 기대감 하나에 의지했던 코스피증시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이후 향후 어닝 신뢰성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중심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조선업종에 이어 철강마저 비틀거림에 따라 이젠 어떤 업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비록 대장주인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하이닉스 (174,100원 ▲5,000 +2.96%)가 사흘만에 상승반전했지만 LG전자 (105,900원 ▲2,900 +2.82%)LG디스플레이 (10,580원 ▲10 +0.09%)는 이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해 주력업종이란 단어를 떠올리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막연했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업종과 종목에 구체적으로 투영되기 시작하면서 신뢰할만한 업종이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IT, 자동차, 조선, 철강의 이익비중(약45%)과 시가총액비중(약38%)을 고려할 때 향후 시장에 대한 이익모멘텀 및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낮아질 전망이며 내수 기업들도 모멘텀 약화로 시장을 견인하기에는 힘겨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말하자면 코스피증시 내에서 어떠한 업종이나 종목도 매수베팅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살 종목이 없고 기대를 품을 종목도 없을 정도로 시장 심리가 냉각된 상태에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행진이 멈추지 않고 글로벌 증시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1500선 바닥론은 허울에 불과한 일이다.

하지만 밸류를 모조리 무시하고 모멘텀 상실만을 우려하면서 호재는 무시한 채 악재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도 공세는 역버블의 징후다.

배럴당 120달러 밑으로 떨어진 국제유가(WTI)마저도 소비둔화에 따른 악재로 인식할 정도라면 부정적인 인식이 극에 달한 상태로 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증시가 대공황으로 돌입하는 초입이라면 현재 시점에서도 주식 매도가 맞다. 이 경우에는 주식 뿐만 아니라 주택까지 포함한 모든 자산에 대한 처분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20% 이상 급락한 미국 부동산 가격이 20% 정도 더 떨어진다면 소비 둔화가 필연적인 결과물이 되면서 다우지수 1만선은 물론 21세기 들어 최저점인 7197선도 무사하지 못할 일이다.
이는 코스피지수 1500선이 아닌 1000선 붕괴마저 감안해야 하는 등 종말론이 현실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수정된 것이 침체의 골짜기였고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황 가능성에 대한 논리적인 뒷받침 또한 빈약함을 부인하지 못한다.



공개시장회의(FOMC)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지만 전날까지 사흘 연속 하락한 다우와 S&P500 지수가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확률을 놓고 보면 심리적 공황에서 빠져 나올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 들어 다우지수가 4일 이상 연속 하락한 경우가 4번 있었던 반면 S&P500 지수는 지난 1월 15∼22일 5일 연속 하락한 것이 유일하게 4일 이상 연속된 하락이었다.

증시 역사는 경험이며 이는 확률이라는 수치로 객관화된다. 확률론에 대표적인 게 평균이지만 표준편차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유가가 7월 중순 피크를 쳤고 경기 악화와 실적 둔화를 모두 반영할 정도로 주가가 낙폭을 확대한 현재 상태에서 주식 매수에 따른 승률은 90%"라면서 "모멘텀 상실과 트리거 포인트 부재가 문제지만 현재 배척당하고 있는 밸류 관점이 궁극적으로는 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