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호재보다 악재로 작용

머니투데이 김주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08.08.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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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둔화는 이미 증시에 반영돼 왔던 부분..증시 충격 크진 않을 것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가 하향 안정세를 호재로 받아들이던 시장이 이제는 유가 안정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최근 유가 흐름은 일시적 등락은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하향 추세로 가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헤지펀드들과 대형 투자자들의 움직임에서도 유가의 추세적 하향 안정세는 확인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이들의 숏포지션(유가 하락에 베팅한 매도)이 롱포지션(유가 상승에 베팅, 매수)을 17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상회했다고 밝혔다. 즉 그간 유가 상승을 이끌어 온 원유 선물 시장의 투기 세력들이 향후 유가 전망을 어둡게 보고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유가는 이제 뚜렷한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세계 경제는 1년여 넘게 지속돼온 고유가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맞았고 여기에 서브프라임 등 신용위기까지 겹쳐 경기 침체와 고물가를 함께 걱정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안정은 일면 인플레 리스크를 감소시켜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도 물가는 오르는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을 완화시킬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증시는 유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즉 유가 하락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

실제로 지난주 중반 까지는 이런 해석에 설득력이 있었다.
특별한 다른 재료가 없는 한 대체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뉴욕 증시는 상승했고, 유가가 상승하면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시장이 유가 하락을 호재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지난주 중반 이후 그 흐름은 깨졌다.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주가는 오르지 않고 오히려 유가와 함께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 호재보다 악재로 작용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 자체가 가져오는 1차적 효과보다는 유가 하락을 불러온 원인과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즉 유가 하락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며 유가 하락을 가져온 원인이 글로벌 경제 상황과 증시에 어떤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미칠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이번 유가 하락 추세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그로인한 유류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시장은 유가 하락을 더 깊은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침체에 침체를 더해 회복에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의 유가 하락은 증시에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오늘 새벽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도 다우지수는 3% 가까운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0.37% 떨어진 1만1284.1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도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7.51포인트(0.49%) 떨어진 1535.54에 마감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가 하락을 본격적이며 추가적인 증시 하락의 신호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고유가로 소비가 둔화될 것이란 예측이 있어왔고 그 영향으로 주가가 많이 빠졌었기에 그 예상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지금에 와서 우려할만한 수준의 추가적 증시 자금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것.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유가가 크게 오르며 소비가 침체될 것이란 예상이 있어왔고 그것이 주가에 반영돼 주가가 꾸준히 빠져왔다”며 “소비 둔화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왔던 악재이므로 GDP 성장률 감소, 유가 하락 등으로 그 악재가 확인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단기적인 증시 하락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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