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ELW가 이상해' 알고보니 LP호가 문제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8.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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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초보 씨, ELW 고수되기③

【편집자주】지난 2005년 12월 도입된 주식워런트증권(ELW)은 지난해 말 시장 개설 2년 만에 일평균 거래대금 기준 아시아 2위, 세계 4위로 입지를 굳힐 만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보편화 된 투자 상품입니다. ELW는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옵션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매매가 쉽지 않은 상품이고 이 때문에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자 여기 왕초보 씨가 ELW 투자 방법을 배우려고 나섰습니다. 투자 길잡이는 리먼 브러더스의 이혜나 이사가 맡았습니다. 앞으로 종목 선택부터 매도하기까지 왕초보 씨와 함께 ELW의 기본기를 다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이러지….'
KOSPI200 지수 풋ELW와 삼성SDI 콜ELW를 매수한 왕초보 씨는 장중 두 개 종목의 움직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우선 기초자산과 ELW의 동태를 살피는 일이 초보자에게 다소 버거운 일인데다 가격 움직임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

풋ELW는 기초자산의 가격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인데 왕초보 씨가 매수한 지수 풋ELW는 그렇지 않다. 5일 장중 KOSPI200 지수는 0.6% 내외로 하락중이다. 그렇다면 풋ELW는 레버리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며 상승해야 할 것 같지만 기초자산과 함께 1.4% 동반 하락중이다.



레버리지 효과를 제대로 맛보려고 만기까지 잔존일수가 40일 이내에 3% 가량 외가격(OTM)인 풋ELW를 엄선했는데 지수 하락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오전장에서는 KOSPI200지수가 약세를 보일 때 풋ELW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때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기초자산이 오를 때 풋ELW의 하락폭에 비해 떨어질 때 상승폭이 턱없이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풋ELW 뿐만 아니다. 삼성SD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ELW는 장 초반 기초자산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한동안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설상가상 기초자산이 소폭 오름세를 보이는데 콜ELW가 하락하는 이변을 보였다.


결국 기초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 콜ELW도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기초자산이 1% 오를 때나 2% 이상 오를 때나 콜ELW는 상승률을 9.5%에 고정시킨 채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유동성공급자(LP)의 물량을 확인했더니 99% 이상이다. LP가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듯한 인상과 함께 종목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 ELW가 이상해' 알고보니 LP호가 문제


◇ "호가 확인을 안 했군요"- 투자 멘토의 조언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을 ELW가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LP의 호가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져 있으면 벌어진 호가 사이에서 개인투자자들만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LP의 공백으로 인해 기초자산과 ELW의 움직임에 엇박자가 발생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ELW를 매수할 때 점검해야 할 지표들이 적지 않은데 LP의 매수·매도 호가 역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스프레드의 크고 작음은 LP의 스타일일 뿐 어느 쪽이 잘 하거나 잘못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문제다. 다만 호가를 제시하는 스타일이 투자자의 성향과 맞는 LP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살펴보는 것이 유리하다.

기초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ELW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호가를 촘촘하게 제시하는 LP가 어울린다. 그런데 스프레드가 좁을수록 내재변동성의 등락이 클 수밖에 없다.

스프레드를 좁혀 기초자산의 가격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내재변동성도 안정적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ELW의 상품 특성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 따라서 ELW를 매수하기에 앞서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판단해서 LP를 선택해야 한다. 가령 단기매매에 치중하려는 투자자라면 스프레드가 좁은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내재변동성 등락을 일정 부분 감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콜ELW를 기준으로, 기초자산이 하락할 때 가격 하락폭에 비해 기초자산 상승 때의 가격 상승폭이 작다고 느껴지는 것은 상품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내재변동성은 떨어진다. 즉, 기초자산이 오르는 데 따른 상승의 힘과 내재변동성이 떨어진 데 따른 하락의 힘이 절충된 결과가 ELW의 가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LP의 특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자자들은 기초자산 가격의 하락에 비해 상승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수 풋ELW가 기초자산의 움직임과 엇박자를 낸 것은 LP가 동시호가에 호가제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LP의 호가는 동시호가 이전까지 제시되는 반면 기초자산은 동시호가에 가격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일 또는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기초자산과 ELW의 가격 및 방향은 왜곡된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호가의 공백에서 발생하는 시차를 감안하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투자자는 가급적 동시호가 시간에도 호가를 제시해주는 LP를 찾는 것이 유리하며 그렇지 않은 LP의 경우 현재 호가가 반영하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어느 시점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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