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자리에서 만나도 금정국 출신들은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의 위험이 주된 관심사다. 반면 세제실 출신들은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밥 먹을 때는 세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제실의 '불문율'이다.
이 같은 세제실의 '보안 민감증'은 같은 공무원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허용석 관세청장은 "옛날에는 세제개편안의 내용 중 일부가 신문에 나면 아예 그 내용을 빼버렸다"고 했다.
지난 4일에는 한나라당이 라면 등 생활필수품의 부가가치세(10%)를 서민층에 환급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지만 세제실은 "어떤 얘기인지 살펴보겠다"고만 했다. 말많은 상속세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세제실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할 뿐이다.
세제당국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다보니 납세자인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치권이 내놓은 감세안들이 실제 시행이 될지, 안 될지 종잡을 수가 없다. 특히 종부세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동안 부동산시장에서는 종부세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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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과 달리 의원들이 충분히 전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이 감세를 주도할 경우 조세체계를 왜곡하고 장기세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했다.
또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곳이긴 하지만, 세제만큼은 전문화된 세제당국에서 장기적인 기조에 따라 분명한 정책을 제시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중구난방 감세안이 쏟아지는 지금, 세제실이 조금은 입을 열어야 할 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