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꺾인' 유가 '무덤덤한' 주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8.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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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유가 급락, 증시에 약 될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 유가가 연일 급락세다. 오를 때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던 만큼 떨어질 때도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유가 뿐만이 아니다. 금과 곡물 등 국제 유가와 함께 동반 상승하던 원자재가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한편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했고, 실물 경기를 얼어붙게 함으로써 증시에도 상당한 악재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꺾임에 따라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 유가 하락, 수혜주는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9.17달러로 마감, 3개월만에 처음으로 120달러 아래로 밀리자 그동안 고유가에 휘청거렸던 종목이 6일 코스피시장에서 강한 반등을 보였다.

'날개꺾인' 유가 '무덤덤한' 주가


대표적으로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던 대한항공이 6일 7.8% 급등, 이틀 동안 10% 가까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9% 가까이 오르며 유가 하락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자동차와 해운주 역시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가 1% 이상 상승한 가운데 기아차가 5% 급등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각각 1%, 7%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항공주의 경우 유류비의 원가 비중이 30%에 달하는 만큼 유가 하락에 따른 단기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조선과 해운업종 역시 유류비의 원가 비중이 높지만 운임지수와 선박지수 등 다른 지표의 영향도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일단 고점을 찍은 만큼 고유가에 발목을 잡혔던 종목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추세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유가가 단기적으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여지가 남아 있는데다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항공, 자동차 종목의 상승은 심리적인 영향이 크며,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당장 실적으로 드러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기업 펀더멘털이 호전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하락보다 평균 유가 수준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관련 종목이 심리적인 측면에서 회복되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유가가 급등락하는 흐름을 보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밖에 유가가 하락할 경우 화학주가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화학 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안정을 이루고, 관련 기업의 수익도 개선된다는 얘기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 화학과 석유류 제품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며, 이 때문에 최근 유가 하락기에 정유주보다 화학주 흐름이 상대적으로 견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에틸렌 제조 마진이 개선되고 있으며,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부담을 겪었던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LG화학에 대해 '매수' 추천하는 한편 KCC와 금호석유화학, SKC 등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날개꺾인' 유가 '무덤덤한' 주가
◆ 증시 반등신호? '글쎄…'

유가 하락에 대해 일부 업종에서 보이는 적극적인 반응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일단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진정시키는 데 일조했지만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결국 전반적인 경제 체력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재훈 부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미 확산된 가운데 유가가 하락하자 일부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심리 회복에 따른 단기 상승을 즐기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이는 모멘텀 플레이일 뿐 결국 실물경기 문제가 쟁점화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파른 유가 하락은 오히려 증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급격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결국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그림자라는 얘기다. 이 경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주가를 끌어내렸던 악재가 해소되거나 투자자들이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과 관련한 관전포인트는 글로벌 수요가 얼마나 안정적인 속도로 둔화되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GDP성장률을 포함한 후행지표와 동행지표에서는 경기 침체의 모습을 아직 엿볼 수 없지만 소비자신뢰지수와 고용지표 등 선행지표에서는 침체의 조짐이 뚜렷하며, 특히 미국은 보다 혹독한 금융구조조정과 함께 분기별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주식시장은 역실적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고공행진하던 물가가 안정을 찾고, 금리도 안정을 이루지만 주가가 힘없이 밀리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꺾이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감소로 신흥국의 경제 성장도 둔화되는 상황이라면 원자재 가격이 반가울 리 없다는 것.



김한진 부사장은 "증시 향방은 역실적 장세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고 금융장세로 옮겨가는가에 달렸다"며 "미국의 신용위기가 정점을 지나고, 안정된 원자재 가격과 수요 회복을 바탕으로 신흥국이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다지기 시작할 때 주식시장은 이를 선반영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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