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가 '양날의 칼'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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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가 '양날의 칼'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향해 내달리며 '전인미답'의 경제상황에 대해 불안감에 떨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모든 이들은 전세계 경제가 침체로 치닫고 있는 이때 유가라도 하락해야 우려를 한 가지 더는 것이라며 한마음 한뜻으로 유가 하락을 염원했다.

이런 간절함이 통한 것인지. 지난달 11일 장중 147.27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의 기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4일(현지시간)에도 3% 급락하며 121.41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는 장중 120달러 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1달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무려 25달러 이상, 고점 대비 18% 급락한 것이다.



바람대로 유가가 급락했다면 고유가 탓에 지지부진했던 증시는 반등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유가 하락이 경기침체 심화를 의미한다며 각종 지수가 모두 떨어졌다. 유가가 올라도 하락, 내려도 하락,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
유가 하락에 따른 호·악재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줄여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 상승에 고전해온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는 분명 호재다. 유가 하락은 또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소비에만 골몰해온 소비자들의 저축을 늘리는 순기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로 유가 하락은 소비심리가 급랭했음을 반영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가 더욱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비용절감 때문에 해고됐던 인원들이 단기간내에 일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유가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가는 주가와 글로벌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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